캔 파운데이션과 뒤셀도르프의 701e.V.가 주관하고 캔 파운데이션과 독립큐레이터 Frank Boehm 이 공동 기획한 교류전 《여명, 꿈, 행위》(Dawn, Dream and Deed)는 전 인류가 함께 경험하였던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사건에 그 배경을 둔다. 여행 산업의 발전과 인터넷은 대륙 간의 물리적인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다. ‘세계화’라는 테제 앞에서 인류는 (정치적 경계는 여전히 존재할지언정) 하나의 지구촌을 꿈꾸게 되었다.

2020년 1월, 코로나 19 팬데믹의 발발로 하나의 지구촌을 위한 ‘바벨탑’ 건설에 제약이 걸렸다. 국경이 봉쇄되었고, 하늘길이 막혔다. 국가 간 교류 또한 중단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류는 이를 통해 하나의 사건을 동시에 경험하게 하는 전(全) 지구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지니고 있기에 만들어내는 차이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공유하는 철학적 고민들을 수면 위로 떠올리는 계기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 양문모, 윤지영, 정승, 미라 만, 콘라드 뮐러, 질케 쉔펠트는 각각 한국과 독일을 대표하여 다음의 질문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펼쳐놓는다.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동일한 경험이 이들에게 미친 정신적, 심리적 영향은 무엇인가? 서로 다른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지닌 도시(서울, 뒤셀도르프)에서의 경험은 동일한 현상에 대해 다른 해석을 만들어 내는가? 차이를 넘어 인간이기에 공유하는 것은 무엇인가?

과거와 미래, 서울과 뒤셀도르프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을 엮어내는 이러한 고민들이 2023년 서울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 제목 안에 담겨있다. ‘여명’은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가시적이지는 않지만,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나 사고, 재난 등 불확실성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을 내포한다. 한편 ‘꿈’이 지닌 긍정적이자 미래지향적 의미는 ‘행위’와 결합하여 단순한 불확실성, 불안감에 그치지 않고 공생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다. 오늘의 여명이 내일을 밝히는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2024년 뒤셀도르프에서 열릴 《여명, 꿈, 행위》(Dawn, Dream and Deed)를 기대해본다.

김도연(캔파운데이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