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New Normal)》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성(正常性, Normality)으로 정의되지 않는 대안적 가족의 형태를 보여준다. 기존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한 이후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경제용어이자 동명의 드라마에서 차용한 ‘뉴노멀’은 과거에 비정상적으로 여겨진 현상이 점차 표준이 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관계 맺기와 관계 그 자체의 모습이 변화한 지금, ‘뉴노멀’은 퀴어적 관계 맺기에 주목한다. 

퀴어적 관계 맺기, 나아가 대안적 가족은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형태로 작동하고 있으므로 새로울 일이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기존의 사회적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표준이다. 여기서 말하는 ‘뉴노멀’의 ‘노멀’은 성소수자를 포함한 퀴어 전체를 의미한다. 동시에 뉴노멀은 ‘올드 노멀’에 퀴어를 포함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기존의 정상성을 해체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제안하는 시도이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고유의 서정적인 시각으로 포착해온 구은정은 ‘힐링’ 유튜브 영상의 형식을 차용한 신작 〈Straight Position〉(2020)을 선보인다. 이상적인 모델로서의 정상 규범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그에 부합하지 않는 개인의 삶은 지난하고 외로운 몸짓의 연속이다. 일견 그럴듯한 모습으로 취하는 움직임은 사실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최선의 동작일지도 모른다. 최초에 느꼈을 슬픔과 억울함, 부당함과 같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최대한 거리를 둠으로써, 우리는 당연해야 할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언제나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에 맞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덤덤하게 또 다음 동작을 취한다.

이우성은 가족과 사회라는 복잡하고 거대한 울타리 안에서의 사적인 삶에 주목한다. 다양한 크기로 제작된 이번 신작은 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두 사람, 두 마리의 물고기, 두 개의 덩어리와 같이 그는 ‘둘의 관계’를 그린다. 어깨를 맞닿아 있다가 기대어 있기도, 떨어지기도 하는 둘의 모습들은 우주적 시선에서 보았을 때 동일한 종으로써 닮아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서로 다른 존재이다. 그는 2017년 퀴어퍼레이드의 슬로건인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 처럼 이미 과거가 된 ‘지금’의 모습을 포착하면서 과거와 미래, 다름과 같음을 혼재시킨다. 떠나보내지 못 하는 과거와 쉬이 반길 수 없는 흐릿한 미래는 단색조의 화면으로 초시간적인 세계를 구축한다.

신체가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를 탐구해온 허니듀는 《DAD》(2020) 연작에서 서로 다른 ‘세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퀴어 정체성 및 가족의 삶과 종교와의 관계를 그려낸다. 그는 목사의 아들이자 퀴어의 삶을 살아오고 있는 개인으로서 경험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창세기 22장의 아브라함과 이삭에 빗대어 나타낸다. 결연하게 신발 끈을 고쳐 묶는 모습, 여린 발을 정성스레 씻겨주는 투박한 손, 생명이 자라나는 성스러운 발자취와 높이 매달린 신발은 세 아버지—생부(Biological father), 퀴어 커뮤니티에서의 아버지뻘 연인(Daddy), 하나님 아버지(God the Father)—와의 관계를 상징하며 어디에도 없을 곳으로 향한다. 

내밀한 기억에서 출발한 황예지의 신작 《Dead-slow》(2020)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은유적으로 가시화한다. 성정체성 확립 이전에 가족과 개인을 둘러싼 일련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그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져 간다. 작가는 우연히 재회한 과거의 인물을 찾아가 흐릿해진 시간을 어루만지며 그때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되묻는다. 교차하는 기억과 감정들을 한 꺼풀씩 벗겨내고 마주한 또렷한 얼굴은 작지만 분명하게 대답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멈춰 있던 감정은 비로소 제 속도로 흘러간다.

《뉴노멀》에서 제시하는 관계의 형태는 기존의 정상이라는 기준에서 보았을 때 이미 도래한 미래이자 실제로 작동하는 현실의 모습이다. 본 전시는 정상가족이라고 불리는 트랙에 온전히 탑승하지 못하고 걸쳐있거나 탈락한 관계의 형태는 어떤 모습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 혹은 반드시 설명되어야만 하는지 묻는다. 

때때로 어떤 것들은 삶에 매우 맞닿아 있어서 그것을 무엇이라고 설득하거나 부언하지 않아도 묵묵히 작동한다. 그것은 삶 그 자체일 수도 있다. 다양한 관계의 양상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전달될 수 있기를, 그리고 전시장을 찾는 누군가는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