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명: 정령재 개인전 Reproduction_Digital Jewelry
■ 전시기간: 2020.12.14(월) ~ 12.19(토)  
■ 운영시간: 월-토 10:00 – 18:00
■ 전시장소: 오래된 집(서울 성북구 성북로 18길 16)
■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디지털 복제를 전제로 성립되는 정령재의 작업은 예술이 원본의 유일무이함에 의존하던 시대로부터 우리가 얼마나 멀리 떠나왔는지를 상기시킨다. 기계에 의한 복제와 예술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념은 이미 지난 세기를 거쳐 우리의 상식 안에 자리 잡았다. 정령재의 작업은 이러한 흐름의 연속선상에서 첨단 복제기술을 개인 창작자의 표현 도구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성을 획득한다. 다만 그는 유일무이성의 신화를 깬 이전 세기의 유산을 계승하고 복제기술의 표현적 가능성을 긍정하면서도 그 무한성을 경계한다. 작품의 완성에 이르는 경로의 마지막 단계에서, 장신구로 착용되기 위해 필요한 기능적 요소의 제작과 결합, 마감에는 반드시 금세공가의 전통적 세공기술이 수행된다. 이는 일종의 의례이다. 무한의 복제를 허용하지 않는 일종의 제동장치이자, 각각의 작품에 개별성을 부여하는 의식이다. 날아갈 듯이 가벼운 플라스틱 다발의 끝에 금속 고정장치를 물림으로써, 하나의 사물이 세계에서 머물 위치가 결정된다. 무한한 복제 가능성을 가진 기술 위에 의식적 유한성이 부여되고, 3D 프린팅으로 복제된 ‘구조물’의 ‘장신구’로서의 생명이 시작된다. 

인간 신체와 접촉하는 만큼의 변화, 즉 인체를 매개로 한 가변성은 정령재의 작업에서 또 하나의 축을 담당하는 특징이다. 인체는 서로 닮아있으면서도 각각 특유한 존재이다. 정령재의 작업도 그렇다. 기계적 복제에 의해 만들어진 일련의 작품들은 서로 닮아 있으면서도, 그들이 만나게 되는 각각의 인체가 보유한 특유함에 기대어 차이를 드러낸다. 따라서 정령재가 추구하는 가변성은 착용자를 압도하지 않는 작은 차이와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섬세한 변주이다. 장신구의 필연인 착용은 변화의 결정적 순간이다. 먼저, 물기 없는 눈으로 만들어진 듯한 플라스틱 입자들은 조용히 쌓여 미소한 단위를 이룬다. 다음으로, 단위의 복제를 통해 쌓임과 엮임을 반복하며 만들어진 집합체가 인체를 만난다. 사슬이 그리는 시각적 이미지는 인체와의 만남과 접촉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인체의 굴곡과 둔덕 위로 쏟아져 내리고, 늘어뜨려지고, 덮이면서 부드러운 천과 같이, 만나는 대상에 맞춰 기꺼이 모습을 바꾼다. 그리고 인체의 움직임으로 인해 이어질 다음의 변화를 준비한다. 설원의 백색과 균질함에서 비롯되는 다채로움과 기쁨을 알기에, 우리는 이 작은 변주에 고요히 주목하게 된다.

평론가 채세강 

정령재는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금속공예학과를 졸업하였다. 개인전으로 , , 등이 있으며 미국 SOFA chicago, 독일 Internationale Handwerksmesse, 스페인 Joya barcelona등 80여 회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독일 , 미국 , 이탈리아 과 서울공예박물관, 독일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현재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9-11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