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 파운데이션에서 운영하는 오래된 집에서 유화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노동에 집중하며 그것이 가지고 있는 목적과 의미를 기록하고 시각화함으로써 잃어버린 방향과 가치에 대해서 고민한다. 가령TV 드라마 세트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그의 드라마 세트장 작업은 구조물을 반복적으로 제작하고 철거하는 작업을 통해 여타 다른 목적을 제거하고 오로지 노동 그 자체만을 보여주며 ‘노동을 위한 노동’에 찬사를 보낸다. 

-유화수 개인전 : 주옥같은 일-

을지로 3가 인근 건물들은 벌써 몇 해 전부터 재개발이 예정되어있었기 때문에 비어있는 건물들이 꽤 있었다. 소식통이 빠른 몇몇 건물주는 재개발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한 시점에 얼른 제 값을 치루고 팔아 넘겨서 쏠쏠한 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적당한 시기를 기다렸다가 좀 더 높은 매매가를 받으려고 눈치를 살피던 건물주 들은 그 사이 양 옆 부지에 신축이 들어가면서 시기를 놓쳐버렸다. 가격은 처음보다 오히려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었다. 임성직 씨가 오늘 이 동네를 찾아온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말쑥한 차림에 어깨엔 작은 백을 하나 매고 날렵하게 돌아다니는 이 젊은이를 본 사람들은 그를 부동산 중계업자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진짜 직업은 미술품 매매 상이었다. 그는 이태원에 사무실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사무실은 넓지 않았고, 다소 창고 같은 면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을 매우 싼 값에 사서 아주 비싸게 판매하는 데에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매달 심심치 않게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스스로가 더욱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자신이 젊은 나이 못지않게 아트디렉터로서의 입지도 어느 정도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임성직 씨는 특별하고 멋진 그림들을 놀랄 만큼 꾸준히 발굴해 내었다. 그는 디렉터들과 큐레이터 사이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어디서 그런 훌륭한 작품들을 찾아내냐고 물을 때 마다 임성직 씨는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를 쓱 지으면서,

“주옥 같은 작품들은 그것이 있을 자리에 있게 마련이지.”

라는 식의 다소 허세스러운 말로 얼버무리곤 하였다. 

신선 단편소설,[주옥같은 작품]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