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는 캔 파운데이션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로, 성북동에 위치한 오래된 가옥 두 채를 작가들에게 작업공간으로 개방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5년째 진행중인 본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10명의 작가들이 거쳐갔다. 이번 7기 작기인 홍정표, 이대철 작가의 작품이 11월, 12월 각각 나눠 오래된 집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11월에 먼저 오픈하는 홍정표작가는 일상에서의 반복되는 무의미한 행위들이 예술이 추구하는 목적과 일치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에 기능을 제거한 뒤 조형미와 의미만을 부각시키는 형태로 드러난다. 

낡고 오래된 공간을 작가들의 예술적 감성으로 재탄생 시키는 오래된 집 재생 프로젝트는 물질적 가치만을 내세우며 개발만을 부르짖는 우리 사회를 향해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래된 집 재생 프로젝트 7-

이번에 3회 개인전에서 오브제들을 이용해서 쓸모 없는 짓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만약에 우리가 사는 곳이 폐허가 된다면, 현대미술은 그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지 않을까? 쓰임새는 물론이고 감상조차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에서 배우 윌 스미스는 괴물들을 피해 집에서 혼자 숨어서 살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윌 스미스는 집에 미술관에서 가져온 그림들을 걸어두고 살고 있는데, 걸려있는 그림들은 고전회화들이다. 이 장면은 나에게 깊게 각인되어 늘 머릿속을 맴돌았다. 모든 것이 기본적인 삶으로 돌아갔다는 가정을 하고 그 안에서 현대미술의 쓰임과 용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현대미술의 쓰임과 용도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2가지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첫 번째로 일상생활에서 집착, 반복하는 행위나 결과물(하지만, 사실은 의미가 없는 쓸데없는 행위)을 보여주고, 그것이 예술과 의미가 같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런 행위의 특징은 행위자의 자기 만족이 강하다는 것을 특징으로 볼 수 있는데, 그러한 점도 미술에 대한 미적인 탐구와 비슷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작업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there is no reason’같은 작업은 각각의 오브제들 속의 선을 수평으로 맞추는 집착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 기능과 조형미를 가지고 있는 오브제에서 기능을 없애고 조형미만 남긴다. 예술이 철학, 이론과 비슷하지만 다르게 존재하는 이유는 관객과 개념 사이에 물리적인 조형이 존재하고 또한 그것에 아우라가 존재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기능은 없고(이 부분은 위에서 제시한 첫 번째 방법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조형미와 의미만이 남은 오브제가 현대미술에 가장 근접한 형태라 생각했다.

홍정표 작가노트 중에서-

이번 오래된 집 프로젝트에서 이대철은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찌 보면 유치할 수도 있는 이 주제는 작가에게 있어서는 말하고 싶었던 주제이며 모든 사람들이 갈구하는 주제 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정말 여러 갈래로 나누어 지는데 작가는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남녀간의 이성적 관계- 했던 말들, 혹은 상대방에게 들었던 말들을 읽을 수 없는 글자로서 풀어 놓는다. 스스로 애정결핍증이 크다고 믿는 작가는 사람과의 관계, 특히 이성간의 관계에 있어서 상당히 집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 관계에서 했던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던 말들에 대해 깊은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랑하면서 말했던, 들었던 말들이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을 이야기 하고 있다. “spoken” 시리즈는 남녀간에 흔히 할 수 있는 말을 가지고 작업이 진행된다. 가령, “ 너 없이는 못 살아”, “너와 있으면 행복해”, “우리 정말 영원하자” 등의 표현 말이다. 작가도 이러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지만 심지어 그런 말을 했었나 싶은 정도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비단 작가뿐 만이 아닐 것이다. “spoken” 시리즈는 그렇게 했었던 말들을 뒤죽박죽 섞어서 전혀 읽을 수 없게 표현하며 그것은 작가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을 대변하는 작업이다. 또한 “I don’t know if you love me, but I do.” 같은 작업은 글자 뒤에 또 글자를 숨겨 놓음으로써 시간이 변화하면서 같은 말의 의미가 달라짐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written on the water”이다. 이 제목은 작가가 오래 전부터 해오던 말인데 책에서 봤는지 영화에서 봤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물에 적은 놓은 우리의 약속”이라는 구절을 기억하고 있으며 그 구절을 인용해서 나온 말이다. 즉, 말이란 것은 물에 잉크로 적은 글자처럼 급격하게 사라지며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일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할 때 하는 그러한 말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사라지더라도 감정은 남아서 또 다른 말들이 생성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대철 작가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