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 파운데이션은 성북동의 두 채의 낡은 가옥을 작가의 레지던시와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를 6년간 진행해 오고 있다. 본 프로젝트는 매년 공모를 통해 오래된 집과 함께 호흡하며 오래된 집에 스며있는 시간의 흔적과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풀어 나갈 참여작가를 선정해 왔다.

특히 이번 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9기는 장마프로젝트와 조소희작가의 초대전으로 구성되며, 이 중 장마프로젝트는 7월, 8월의 장마기간을 접목하여 흥미로운 퍼포먼스와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본 프로젝트는 지난 6월에 진행된 공모의 지원작가 중 선정된 김현주, 오종원, 유목연, 최성록의 전시가 각각 1부(오종원, 유목연), 2부(김현주, 최성록)로 나누어 진행된다. 60년 이상 된 오래된 집이라는 특수한 공간과 장마기간이 맞물려 만들어질 이번 프로젝트는 오래된 집의 새로운 읽기를 제공 할 것이다. 

-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9 장마프로젝트 2부 –

언제부터 나와 내 주변의 삶이 전쟁터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미치듯 격렬히 싸워 가지지 않으면 존재의 끝을 볼 것만 같은 총체적인 불안은 존재하는 관계를 다양한 종류와 층위의 네거티브 피드백으로 점철시킨다. 아귀(餓鬼)다툼이다. 그것은 집이라는 아주 사적인 공간에서부터 직장, 학교, 의회, 국회, 농성장, 전쟁터 등의 다양한 공적 공간까지 증오와 원망, 분노의 참을 수 없는 분출과 격한 물리적 충돌을 동반한다. 탐욕과 몰이해, 동물적 감정과 생존에의 본능은 이성적 인간을 삼키고 인간을 격하게 꿈틀거리게 한다. 나는 약간은 어둡고 습기 찬.. 사람의 기억, 묵은 감정, 공간의 괴기함이 함께 뒤섞여 있는 곳이 필요했다. 거기서 나는 “아귀다툼”이라는 다소 불편한 주제를 두고, 미디어실험과 설치로 공간을 재구성 해보고 싶다. 축축한 장마와 무더위의 기간 오래된 집은 이러한 아귀다툼의 기억과 네러티브를 담고 있는 공간이 된다. 사적인 공간으로서 오래된 집은 몇 가지 층위로 다툼을 상징화, 시각화하는 공간이 된다. 이것은 예전에 이 공간을 살았을 법한 가상의 부부 사이에 일어 났을 수도 있는 그들만의 은밀하고 집요했던 갈등과 이후의 깊은 상처에 대한 기억이라 할 수도 있겠다. 오래된 집은 이들의 전쟁터이자 외부로부터 이 사적인 전쟁을 은닉시키는 역설적 방공호이다. 공간은 이들 부부의 서로에 대한 비난과 절규, 외침의 소리들로 둘러싸여 있고, 곳곳에 이들 다툼의 흔적들을 관객은 더듬어 나간다. 이것은 영상과 오브제의 상징적 배치를 통해 집의 현관을 들어서며 부터 나오기까지 연결된 가상적 네러티브를 완성한다. 상징과 보완의 장치로서 나는 여기에 덧붙여 동물적, 기계 생명체적 요소를 함께 접목하고자 한다. 눈에 보이는 감정적이고 격렬한 다툼은 이들의 몫이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그들의 다툼이 아닌, 우리의 전쟁터를 연상시킨다.  

전시의 일환으로 Ulay와 Abramovic의 1978년 “AAA-AAA” 퍼포먼스를 성북동의 오래된 집에서 재현해 보고자 한다. 이는 작가가 열혈예술청년단의 성혁과 홍승비를 초청한 콜레보레이션 퍼포먼스이다.

김현주 작가노트 중에서-

지어진 지 60년이 되어간다는 그 집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유지한 채 그 존재의 의미를 잃고 그대로 남겨져 있다.  주인 없는 빈집은 수직적으로 팽창하는 주변풍경들에 묻혀 그 집의 높이와 역사를 간직한 채 남겨져 있다. 매일매일 그 집에 오고 가던 빛은 점점 그 집에 다가가지 못하며 빛이 만들어내는 환영의 공간과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이번 오래된 집에서 진행될 공간설치 프로젝트는 인간의 눈이 빛을 감지하면서 시작된 빛에 대한 갈망과 빛이 만들어내는 현상과 사건을 증명하며 기억하려는 시도로부터 시작되며 그 빛이 이 오래된 집이라는 공간에 남기고 간 것들과 남겨진 것들을 드로잉, 애니메이션,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기록하며 증명하며 상상하는 몇 가지의 실험을 해보려 한다.

최성록 작가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