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배경과 서사적 상황, 개인의 지위 등을 나타내는 객관적 묘사가 없을 때 인물의 혹은 인간의 본질을 나타낼 수 있는 미술이란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 앞에서 말로 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명히 인물이 그려진 작품에서 그 인물의 내면과 고뇌와 자아의 일면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지점은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시대 동진(東晉)의 고개지(顧愷之)의 화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특히 인물화에서 눈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하나의 특징적인 것으로 그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는 데 치중했는데, 이른바 ‘전신사조(傳神寫照)’나 ‘이형사신 (以形寫神)’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미학 사상은 형태를 묘사함에 그치지 않고 그 정신을 그려낸다는 것이 핵심적 내용이다. 이형사신이란 형상으로써 정신을 그린다는 의미로, 본 전시를 통해 우리가 보는 작품은 형상을 지닌 물질이지만 그 안에 그려진 정신을 보고 자신에게 비추어 보는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주제이다.

본 전시는 시대와 그를 반영한 개인의 내면과 주변, 혹은 개인으로 가득 찬 사회의 모습 반영에 관한 관심에서 출발, 인물표현을 통해 그 내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기획이다. 시대가 변하여도 사람의 생물적 특성은 몇 세대가 지나도록 크게 변화가 없다. 까마득한 시간이 흘러도 아마 우리는 두 발로 서서 걸을 것이고, 삶을 위하여 무언가 만들어 낼 것이며, 이해관계 안에서 다투고 이기고 지며 살아갈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틀림이 없으나, 개개인은 시시각각 새로운 상황 앞에서 변화한다. 자동차가 나와 어디든 쉽게 오가고 각자 디지털기기들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아무나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대중화되면서 우리 각자는 더 많은 것들을 소유하지만 정작 그것들의 부피와 가짓수가 느는 만큼 내면과 자아의 크기가 풍성해지거나 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면서도 단단하기 위해 지금의 우리에 대해 생각하고 논하게 된다. 따라서 본 전시는 자아를, 혹은 어느 낯선 개인과 내가 포함된 사회를 작품에 반영하면서 작가 자신과 관람자 개인이 자아를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우리 모두는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 묶을 수 있기에 우리를 둘러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인간으로서 변치 않는 고민들, 나와 주변인들과의 관계, 나와 사회의 관계, ‘현대인’으로서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전시는 국내작가 6인의 작품을 통해 부드럽거나 날카롭게, 침중하거나 혹은 밝게, 치유하는 것 같거나 혹은 상처를 건드리는 것처럼 지금의 자신, 관람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자아와 본질을 돌아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개개인의 개성과 사고가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는 이 시대의 초상들에 자신을 비추어 보고 시대의 초상으로서 자신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