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cation
09.12

2009 12


남승희 서울시 교육기획관이 ‘여성칼럼’에 기고한 글입니다.

낡은 버스가 새롭게 변신했다. 젊은 작가와 자원봉사자들이 버스를 개조하고 그림을 그려 넣었다. 겉은 노란 색으로 단장했고 안은 알록달록 바닥, 귀여운 방석들, 커다란 TV, 원색 테이블, 버스 뒷바퀴 때문에 생긴 작은 미끄럼틀이 만들어졌다. 이 정도면 어린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리라. 그래서 그들은 이것을 ‘아트버스’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이 버스를 문화 나눔 희망지역인 한 아파트 앞에 세웠다. 기웃거리는 아이들에게 어색함을 없애주려고 젊은 작가는 아파트 주차장에 만화 캐릭터를 그렸고 어느새 어린이들은 버스 안으로 들어와 이것저것 만져보며 신기한 듯 눕고 미끄럼 타고 소리내며 반응한다.

“첫 만남이니 서로 소개해볼까.” 젊은 작가는 작품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아이들은 어느새 자신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렇게 시작된 ‘찾아가는 예술창작체험’ 프로젝트 ‘오! 재미’는 자화상 그리기, 미디어 아트로 얼굴 사진 촬영과 스케치 하기, 우리동네 배경 스케치 하기, 영상편집과 배경음악 삽입하기, 벽화 그리기, 자신의 꿈 그리기, 장래 희망을 종이인형으로 제작하기, 옷 디자인 하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3개월간 진행된다.

이들은 처음부터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교육하거나 개선하려 하지 않았다. 사회참여 기회가 적은 젊은 작가와 창작시간이 필요한 아이들이 함께 만나 서로 색다른 경험과 관계를 공유하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좀 더 웃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꿈꿨다.

그들은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 함께 만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욕심 부리거나 나쁜 말 하면 그러지 말라고 나무랐다. 도와달라면 스스로 하라고 격려했고, 이렇게 해도 되냐고 물어오면 잘 했다고 칭찬했다. 막무가내였던 아이, 하기 싫다며 찢어버리던 아이, 너무 조용해서 사라져버릴 것 같던 아이도 시간이 흐를수록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비싸고 좋은 재료로 만든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디자인한 옷을 남에게 맡기지도 않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골똘히 고민하며, 그 방법을 선생님과 상의하기도 하고 혼자서 운동장에 나가 뛰어다니며 구상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들의 고민 해결방법도 모두 달랐다. 아이들은 학교 숙제하듯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자기 자신을 표출하고, 표출하는 방법도 자신의 방법으로 한다. 그래서 아트버스 안은 언제나 떠들고 시끄러운 곳이지만 관찰하고, 토론하고, 창의를 조합해서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진지하게 참여하는 아이들 때문에 젊은 작가와 자원봉사자들은 애착을 가질 수 있었다.

창의력과 독창성이 경쟁력인 시대. 그래서 정해진 교육과정에 따라 예술에도 정답이 있다는 듯 ‘창의’가 아니라 ‘공부’로 다가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젊은 작가들이 문화의 혜택을 덜 받는 어린이에게 예술에 대한 흥미를 일깨우고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 시작된 ‘오! 재미’ 프로젝트의 아트버스 안에서 젊은 작가는 어린이들과 함께 세상을 향해 미술로 대화하며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래,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야.’

저소득층 아이를 보며 ‘절망’이라는 선입견을 벗어버리지 못하는 어른에게 이 아이들은 언제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로 답한다. 우리 사회의 빈 곳은 어둡고 쓸쓸하지만은 않다고. 그 웃음소리가 말해 주듯 이제는 우리의 상상력을 꺼낼 차례다. ‘그래, 그들에게는 꿈이 필요해!’ 그래서 아트버스는 오늘도 달린다. 내일도 달릴 것이다, 꿈을 가득 싣고서.

-링크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091203.010260823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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