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2011 오래된집

장소 특정적 작업이라는 것은 그 장소가 가진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는 작업이다. 오래된 집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1930년도 준공 이후 그곳에 주거하는 사람들과 역사를 함께 해왔고 두터운 시간의 무게가 중첩된 공간이다. 이 집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향수, 역사, 사건 내지는 에피소드가 숨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시절을 이끌어 내지는 못하더라도 세월과 사연이 얽어져 있을 것만 같은 오래된 집의 공간이 나에게 주는 감정과 기억의 흔적에 주목하여 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 집을 내 작업의 세트로 삼아 무대처럼 사용하고자 생각했다.

오래된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그 집이 가진 시간성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는데 외부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두었을 뿐인데도 오래된 집 내부에는 분명히 집만이 가지고 있는 정지된 시간성이 존재했고 풍상에 절은 주름진 외벽은 근처 집들과도 오래된 집을 분리하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멈춰 있으면서도 동시에 현재 진행형인 공간-그것이 요지부동인 오래된 집의 유일성인 것만 같았다. 마지막 입주인이 떠나기까지 그 집은 80여 년이란 세월이 중첩된 공간이고 내가 지금까지 피부로 접해왔던 어느 공간보다 오래되고,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이 서려 있을 공간이었다. 마치 묵묵히 혼자만의 비밀 이야기를 간직한 채로 그 공간 안팎의 현상을 바라보며 세월에 몸을 맡겨 늙어가는 노인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켜왔을 이 집의 특성은 나로 하여금 그 집을 하나의 생명체 내지는 유기체로 인식하게 했다.

내가 이 집에서 받는 영향과 그것이 나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작업의 변수로 작용했고 자연스럽게 관찰자의 입장이 되면서 오래된 집에서의 작업의 모티브는 시간과 기억으로 굳혀졌다.

Part 1/Solanine에서 이 집의 농축된 기억-희로애락을 표현하기 위해 가져온 오브제는 선인장이다. 선인장은 섭취한 수분을 오랫동안 몸에 지니면서 그것으로 살아간다. 또한, 꽃과 가시를 같은 몸체에 지니고 있고 이 꽃과 가시는 희로애락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된다. 나는 선인장이란 오브제를 사용하여 선인장이 이 집의 자양분을 빨아들여 기생하는 형태로 나타내고자 했다. 선인장은 기생수임과 동시에 이 집의 특성 자체를 대변하는 분신이기도 하다.

Part 2/시간의 방을 표현한 Insomnia에서는 물이 흐르는 듯한 벽과 느리게 움직이는 달팽이 그리고 오래된 집이 가지는 기억을 은유하는 책과 시계 소리의 사운드 작업을 통해서 세월의 흐름을 표현하였다. 

이렇듯 나는 이 집에서 받은 느낌을 은유적인 오브제로 대체하여 상징화시키고 오래된 집이 주는 영감과 감정을 통해 내가 이해한 오래된 집을 작업으로 풀어내었다. 이것은 내 나름의 시선을 통해 오래된 집과 교류한 사유의 집적물일 것이다.     

(2011 작가노트 중)

2009 석사,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 서울, 한국
2007 학사,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서울, 한국

Solo Exhibition (Selected)
2025 《Psyché》, Echo Fine Arts, 칸, 프랑스
2024 《Into The Mist》, OCI 미술관, 서울, 한국
2024 《Stage of Mind》, 정부서울청사갤러리, 서울, 한국
2023 《Stage of Mind》, La Galerie Paris 1839, 홍콩, 중국
2022 《Maiden Voyage》, NOW Gallery, 런던, 영국
2020 《Scène d’Esprit》, Le Grand Parquet (Théâtre Paris-Villette), 파리, 프랑스
2020 《Devaneios: Os Mundos de JeeYoung Lee》, Farol Santander, 상파울로, 브라질
2018 《JeeYoung Lee: Stage of Mind (as part of OzAsia Festival)》, Adelaide Festival Centre, 애들레이드, 호주
2016 《Stage of Mind: Just Another Day》, 갤러리 지오, 인천, 한국
2015 《Stage of Mind》, Naughton Gallery at Queen’s, 벨파스트, 북아일랜드

Group Exhibition (Selected)
2024 《Good Morning Korea》, 메종 겔랑, 파리, 프랑스
2024 《The Aesthetica Art Prize 2024》, York Art Gallery, 요크, 영국
2023 《Wonder: The Real, the Surreal, and the Fantastic》, Art Gallery of Hamilton, 해밀턴, 캐나다
2023 《부산국제사진제: Visual Narrative》, F1963, 부산, 한국
2023 《구구이삼》, 충무로 갤러리, 서울, 한국
2023 《Les femmes s’exposent》, Houlgate, 울가트, 프랑스
2023 《Who Am I》, 벨기에 한국문화원, 브뤼셀, 벨기에
2023 《이상한 나라의 기획자 X》, 한강뮤지엄, 남양주, 한국
2022 《Beginnings, Forever》, Kiyosato Museum of Photographic Arts, 호쿠토시, 일본
2022 《Where is Alice?》, 포스코미술관, 서울, 한국

Residency
2011 <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 3기>, 캔 파운데이션, 서울, 한국

Award
2024 <Finalist>, The Aesthetica Art Prize, 요크, 영국
2020 <iCanvas Photography Award Finalist in the Beautiful Bizarre Art Prize>, Beautiful Bizarre Magazine, 시드니, 호주
2017 <Critical Mass Top 50>, Photolucida, 포틀랜드, 미국
2017 <BNL BNP Group Paribas Award semi-finalist>, MIA PHOTO, 파르마, 이탈리아
2016 <문화예술지원사업-예술표현활동지원 시각분야 선정>, 인천문화재단, 인천, 한국
2013 <OCI Young Creatives>, OCI미술관, 서울, 한국
2012 <제1회 가송예술상 입선>, 동화약품, 서울, 한국
2012 <퍼블릭아트 선정작가>, 퍼블릭아트 매거진, 서울, 한국
2011 <Sovereign Asian Art Prize 최종 30인 선정>, Sovereign Art Foundation, 홍콩, 중국
2011 <제12회 사진비평상 수상>, 포토 스페이스, 서울, 한국

Collected
PODO Museum, 서울특별시청 문화본부, 양평군립미술관, 오산문화재단, 키요사토 사진미술관, 인천문화재단, 캔 파운데이션, OCI 미술관

(202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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