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림
2012 PSB 창작스튜디오 14기
그의 그림은 초현실주의 영향이 가득한 상상과 현실을 융합한다. 이 림은 학생 때부터 초현실주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초현실주의는 프로이드 이론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다. 브르통은 ‘이미지가 잠재된 욕망을 나타내야 한다.’고 초현실주의 목표를 서술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에른스트의 그의 작품 중 <발가벗겨진 신부>를 보고 그림 안에서 한 형상을 차용하여 작업한다. 에른스트의 그림 안에서 이 림이 가진 욕망과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에른스트는 초현실주의 대표작가다. 이 림이 초현실주의적 작품을 연구하면서 원류를 찾아가다 보니 에른스트를 만난 것은 크게 이상할 것 없다.
기법 상으로도 초현실주의적인 방법적 차용이 있다고 본다. 이미 현대 미술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전략으로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은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 림은 특히 사진과 회화 사이 경계를 넘나들며 기법적인 데페이즈망을 시도한다. 붓자국들이 느껴지는 화면은 사진으로 작업한 것이고 사진 같은 장면을 다시 그림으로 그린다. 시각적으로 당연하게 의심 없이 화면 질감을 믿는 관객들에게 어떤 것이 진짜인가를 되묻고 있다.
이 림이 작업에서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은 더 이상 범접할 수 없는 ‘완전함’이다. 인간의 완전함뿐만 아니라 정신적 완전함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의 초기작에서 보이는 장면은 나른한 듯 눈을 감은 인물이 표현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어떤 감정에 있어 극점을 경험하는 듯 묘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는 인간적인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신과의 교감에서도 드러난다. 최고 합일의 완벽한 순간을 바로크 조각 베르니니의 <성녀 테레사의 희열>에서 볼 수 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신비주의에 착안하여 종교적 내적 경험(ecstasy)에 의한 상태를 성적인 황홀경의 상태와 같이 보았다. 이러한 극단의 감정을 이전까지 여성으로서, 개인의 감정에 중점을 두어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들은 보다 발전된 보편적 감정으로 작품에 싣고자 한 것 같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대략적으로 화면 중앙에 캔버스가 놓이고 양쪽에 인물 두 명이 서 있는 장면이 있다. 캔버스에 있는 이미지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에른스트 작품 <발가벗겨진 신부> 시리즈에 나오는 한 등장인물을 차용, 변형하여 그린 것이다. 머리에 새 모양 가면을 쓰고 두 사람이 그림 앞에 서 있다. 인물들이 쓴 가면은 머리 윗부분이 둥글게 보인다. 이들은 아마도 여성으로 추측한다. 그 이유는 가슴이 나오고 남근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시리즈 작품들이 마치 서양 고대 연금술을 설명하는 그림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서양 연금술에서 완전한 무언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물질과 물질이 만나는 ‘합일(coniunctio)’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마치 남자와 여자가 커다란 욕조 안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혹은 관 속에 들어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욕조나 무덤이나 서로 다른 물체가 만나 합일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물질로 탄생하는 장소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그림에서 인물 뒤에 서 있는 캔버스가 바로 이러한 융합의 장, 재생의 장이라 본다. 에른스트의 그림이 이 림에게서 다시 태어났다.
나는 화면을 멀리서 본다면 이 형상은 여성의 음순을 나타내는 것 같다. 이것은 여성의 질 형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림을 다시 들여다보면 옷자락과 같은 사이 다리 모양 같은 물체가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에른스트의 원작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인데, 이 다리는 마치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듯 보인다. 나는 이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은 여성의 성기와 남성 성기 모양이 동시에 표현되어 있다고 본다. 연금술에서 남성과 여성이 만나는 결과는 완전함이었다. 합일의 과정 후 완전함은 남성과 여성의 특성이 사라지지 않고 공존함을 의미한다. 남성과 여성의 모든 신체 기관이 살아 있는 자웅동체이다.
여성의 모습은 두 명인데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새 머리 모양을 쓰고 있다. 새는 부엉이 혹은 올뻬미인 듯 보인다. 아마도 에른스트 그림에 자주 등장했던 올빼미 형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올빼미는 전통적으로 도상적 입장에서 보면 지혜를 나타낸다. 밤에 활동하기에 나쁜 징조, 혹은 죽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아마도 이 림의 작품에서 무언가 쾌활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죽음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연금술에서는 죽음이 있을 때에만 부활이 있다고 믿었다. 금은 도가니에 들어가야 새롭게 태어나고, 예수 그리스도가 무덤에서 사흘을 지냈을 때 부활했다. 따라서 죽음이란 이 그림 안에서 새롭고 완전하게 되는 긍정적 죽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죽음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두려운 느낌을 수반하는 것뿐이다.
여성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 림의 그림은 기존 여성에 대한 시각을 해체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도 초기작에서는 남성이 바라보는 여성적 시각을 느끼게 한다. 대상 인물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눈을 감는다거나 손을 포갠 후 머리를 기댄 모습은 전형적인 여성스러움을 나타낸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작품은 과거 모습에서 한층 진화된 여성의 모습이다. 화면에 있는 두 여성은 당당히 정면을 바라본다. 또한 바라보는 시선을 피하지도 않는다. 이미 여성의 몸으로 변한 새의 머리는 동그랗게 크게 뜬 눈으로 앞을 응시한다. 이 새 머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상대방을 두려움 없이 쳐다본다. 의미적으로 남성의 머리를 가져왔지만 완전히 내 것으로 변화되었다. 이제는 자신도 남을 바라보고 남도 나를 바라보는데 두려움이 없어졌다. 즉 시각적으로 응시의 주체, 객체를 다 담당하고 있다.
두 명의 여성은 같은 성을 가진 인물 구성 때문에 얼핏 동성애적인 혹은 나르시시즘적 표현이 엿보인다. 앞서 설명한 연금술적 의미에서 본다면 두 형상은 이미 남, 여가 합쳐진 완벽한 개체이다. 자웅동체인 개체가 다시 둘로 나뉜 것이다. 마치 거울에 비친 형상처럼 생각 할 수도 있다. 현상학적으로 볼 때 거울 이미지는 또 다른 자아를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그가 추구하는 완전함이 ‘욕망’이라고 보고 싶다. 욕망이란 라캉에서 의미를 찾아보면 남근에 대한 선망과 부재에 대한 강력한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새 머리를 뒤집어쓴 형상은 사람이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을 봤을 때 남근의 형상이다. 서양에서는 남성의 남근이 거세당했을 때 머리가 잘린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성경에서 살로메가 세례 요한의 머리를 왕에게 바친 것은 거세와 동일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새 모양 가면은 이미 거세된 남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새의 모양은 프로이드에게는 여성을 상징했었으나 에른스트의 경우 부리의 모양, 형태 등으로 남성 페니스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조합하여 볼 때 새 머리가 이 림의 작업에서는 거세된 남성 성기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뒤집어쓴 새 머리 가면은 이미 남성의 몸을 지배했음을 암시한다.
(이주리(미술사) 평론글)
2010 석사,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서양화, 서울, 한국
2007 학사,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 서양화, 서울, 한국
Solo Exhibition (Selected)
2012 《Painter’s Daughter》, 영은 미술관, 서울, 한국
2012 《Retrospective》, kasia kay art projects gallery, 시카고, 미국
2008 《이림 개인전》, 진선윈도우 갤러리, 서울, 한국
2007 《나누다》, 갤러리 자인제노, 서울, 한국
Group Exhibition (Selected)
2012 《시대의 초상: 형태로서 정신을 그리다》, 스페이스 캔, 서울, 한국
2012 《1시 방향의 저글링떼》,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
2012 《Woman+Body》, Kepco art center gallery, 서울, 한국/Media art cube 338, 광주, 한국
2012 《초상을 둘러싼 추측들》, 헤이리 금산 갤러리, 파주, 한국
2011 《Story of Black》, Salon de H, 서울, 한국
2011 《Korean eye- 에너지와 물질》, Museum of Art and Design, 뉴욕, 미국
2010 《My Privite Collection》, 가나아트, 서울, 한국
2010 《Korean eye – 환상적인 일상》, 사치 갤러리, 런던, 영국/아트하우스, 센트럴, 싱가포르/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서울, 한국
2010 《The Body》, Kasia Kay Art project gallery, 시카고, 미국
2009 《스타워즈 에피소드 2》, UNC 갤러리, 서울, 한국
Residency
2012 <PSB 창작스튜디오 14기>, 캔 파운데이션, 베이징, 중국
Award
2010 <페리에주에상 수상>
Collected
영은미술관, SC제일은행
(2025.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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