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서
2014-2015 베를린ZK/U
대학을 다니며 나는 비평이 하나의 창작이 될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러니까 언어로 기술된 일차원적 평면이, 마치 우주와 같은 수많은 별들로 이루어진 성좌화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창작은 날카로운 비평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 나는 이 부분이 궁금했다. 그러니까 잘 서술된 문장과 명료한 주제의식을 통해 우리가 개념적인 우주, 즉 아름다움을 체감할 수 있는 것처럼, 아름다움이라는 감각을 잠시 유보하고 그 틈바구니로 난 작은 균열을 통해, 예술은 과연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그 조건들을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과연 가능한가? 하는 의문. 하지만 이런 의문을 좆아 살아가기엔 내게 주어진 현실의 문제는 의문, 그 자체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잠을 자고 꿈에서 깨고 하는 사이 나는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을 풀타임-임금노동자로 살아왔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금 1억’, ‘2달간의 합숙’, 그리고 ‘국내외 유명 레지던시와 연계’ 해 준다는 모 방송사의 서바이벌 경연은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왔고, 더불어 유독 극성스러웠던 주변의 권유 덕택에 나는 마치 ‘생각은 없었는데 주변에서 하도 극성이라, 등에 떠밀려…’ 하는 모양새로 <아트스타코리아>라는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다.
경연의 구조는 도전자 (작가나 참여자가 아닌 도전자로 불린 게 좋았다)들에게 과제, 그러니까 미션을 던져주고 각각의 도전자들은 이 미션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총 10개의 미션으로 구성되었던 본선미션은 크게 어려울 것이 없었는데 그것은 현대미술의 핵심이 ‘질문에 답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제까지는 없었던 질문을 새롭게 제기하는 것을 통해 ‘갱신’ 된다는, 내 오래된 믿음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주어진 질문에 답을 잘하는 것은 정교한 질문을 날카롭게 제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문제라고 나는 생각해 왔던 것이다. 10개의 미션에 답을 하는 동안 크고 작은 위기들이 있었지만, 여기서의 나의 ‘수행’은 다행히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동시에 이런 과정을 통해 그동안 지켜왔던 나의 ‘믿음’도 당분간 보전 받을 수 있었다. 지난여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파이널 전시. 그러니까 1억 원의 상금과 국/내외 레지던시 그리고 유/무형의 전리품이 달린 그 전시에서는 나는, 고배를 들어야만 했다. 그것은 여전히 내가 타성, 그러니까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은 그럭저럭하지만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는 데에는 여전히 미숙한, 여전히 잠에서 덜 깬 티미한 상태이기 때문이 아닐까 반문해 본다. 최근의 작업에서 계속하여 ‘타격’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마 내 스스로가 잠에서 깨어나 좀 더 명료한 상태가 되고 싶은, 그러한 충동과 갈망 때문이리라. 그러니까 좀 더 나아지고 나아가고 싶은 것이다.
‘자연 상태를 인공적인 상태로 조금 옮겨놓고, 인공적인 것을 자연 쪽으로 조금 옮겨놓은 다음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시/공간의 균열에서 새로운 감각이 확장된다’는 어느 예술가의 유명한 언급처럼, 나에게서의 예술은 정치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 사이에 놓여 있다. 그러니까 정치적인 것을 좀 더 예술 쪽으로 옮겨놓고, 예술적인 것을 좀 더 정치적인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술계 내부의 관계 속에도 정치적인 처세가 중요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정치인의 처세에서 우리는 아름다움과 감동, 슬픔과 비장함을 발견하곤 하는 것처럼. 예술은 현실세계에서 정치가 무력해질 때, 정치는 예술이 무력해질 때 다시 드러나고 필요해지는 그러한 이치처럼. 말하자면 나는, 자연 (돌멩이)과 인공(철판)에 ‘예술가의 행위’ (옮겨 놓는다)가 연계되는 것처럼 정치와 예술을 역사와 상상력이라는 다리로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2014 작가노트 중)
석사, 제네바종합예술대학교 트랜스 사회참여형 예술 실습, 제네바, 스위스
2012 학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서울, 한국
Solo Exhibition (Selected)
2016 《EVERYDAY》, 오래된 집, 서울, 한국
2014 《Cinema behind the orange gate》, Public Storage, 밴쿠버, 캐나다
2010 《하지말라 don’t try》, 송은, 서울, 한국
Group Exhibition (Selected)
2024 《현대 몰입 예술 최전선으로의 여행》, 풀리시립미술관, 로잔, 스위스
2016 《나를 바라보는 너를 바라본다》, 아마도예술공간, 서울, 한국
2015 《코리아 투모로우 Korea Tomorrow》, 성곡미술관, 서울, 한국
2015 《collectartbook》,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 서울, 한국
2014 《슈퍼로맨틱스 Super Romantics》,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한국
2014 《프로젝트 대전 2014 더 브레인》,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한국
2014 《장치의 몽타주》,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프로젝트 갤러리, 서울, 한국
2014 《헤비 헤빗 heavy habit》,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프로젝트 갤러리, 서울, 한국
2014 《개가 동쪽을 보면 꼬리는 서쪽》, 아트센터온고잉, 도쿄, 일본
2014 《은밀하게 위대하게》,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Residency
2014-2015 <Project Space in Berlin>, ZentrumfürKunst und Urbanistik, 베를린, 독일
2014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8기>,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 한국
2013 <창동레지던시 하반기 지역연계 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서울, 한국
(2025.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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