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민
2015 베를린 ZK/U

나는 도시를 터전 삼아 살아가면서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도시 이면의 모습에 얽힌 기억과 관계에 관한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일상의 현상과 존재하는 구조들에 대한 관찰, 그 안에서 발견된 사회적 차이를 시각적 언어로 소통하고자 했으며, 지역 공동체와 이웃들의 협조 속에 이루어지는 퍼포먼스/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도시 문화의 이면을 드러내고자 한다. 런던은 다문화와 다인종이 교차하는 역동적인 도시이다. 나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런던에 머물면서 이 다양성의 도시, 런던을 서로 다른 문화 요소가 충돌하는 갈등의 장으로 보기 보다는 오히려 ‘다름’이 공존하는 ‘놀이터(Playground)’라고 지칭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나는 이방인이자 도시의 산책자로서, 런던을 탐색하고 여행하면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을 퍼포먼스 현장에 초대한다. 관객들의 사소하지만 적극적인 참여와 구체적인 반응은 퍼포먼스가 늘 끊임없이 새로운 기억과 이야기를 창출하는 창의적인 과정 중(Ongoing process)에 존재하도록 이끄는 핵심적인 요인이 되었다. 런던에서 진행한 Poems on Underground 프로젝트는 이민자들이 영국 내에서 형성하고 키워 나가고 있는 문화 정체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 프로젝트는 런던 곳곳의 다양한 지역에서 수집한 중국, 한국, 인도, 그리스, 태국 레스토랑의 이름들만으로 시를 짓는 운문 공모전(Poetry Competition)이다. 관객들이 창조한 이국적인 음률의 시들은 런던지하철의 캠페인인 Poems on Underground과 동일한 양식으로 제작되어 런던 지하철에 은밀히 설치되고, 수 만명의 승객들이 이를 감상하게 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다문화 도시 런던의 몽타주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구조의 복합성/입체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2012년 한국에 돌아온 뒤, 나는 HPARK여행사를 오픈한다. HPARK여행사는 실제 여행사이다. HPARK여행사에는 중국의 ‘쑤이’, 인도의 ‘씨올라’, 아프리카의 ‘씨엘루르’를 여행하는 여행상품이 준비되어 있다. 가이드북도 있고,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하고, 여행 여정을 기록한 기행 다큐멘터리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쑤이, 씨올라, 씨엘루르에 대한 정보는 HPARK여행사 웹사이트를 제외하곤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 도시들은 가상의 도시들이다. 한국 사회에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그리고 HPARK여행사는 한국 속의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사다. 인천의 차이나타운, 포천의 힌두 사원, 이태원의 아프리카 음식점 등 한국 속에서 중국, 인도, 아프리카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들을 방문함으로써 도시 속에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를 알아간다. (주)HPARK여행사는 허구와 실재를 넘나들며 도시 속에 숨겨진 문화를 탐사하고 파헤친다. 한국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다민족 문화도시의 한 이면을 ‘여행’을 통하여 유희적으로 체험한다. 2014년 겨울부터 인천 그린빌라 입주 작가로 공간실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인천 남구지원 창작공간 ‘그린빌라’는 예술가들의 새로운 해석과 실험으로 공가를 다르게 바라보고자 ‘공간실험프로젝트’를 기획하였고, 그 시작으로 지난해 겨울 수봉다방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수봉다방 프로젝트의 기획단으로 참여하는 한편, 이곳에서 나는 개인 프로젝트인 <밥 먹고 가세요>를 진행하였다. 이번 수봉다방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또한 유휴공간으로 오랫동안 문이 잠겨 있었던 이 곳에서 도시 속에서 사람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와 기억들을 공유하고자 한 퍼포먼스였다. 손바닥 만한 사각 캔버스에 부대찌개 재료인 햄, 파, 계란, 만두, 라면, 쌀 등을 그려 놓고 수봉다방에 전시하였고, 음식 재료가 그려져 전시된 그림들을 관람객들이 수봉다방 앞 동네 슈퍼마켓과 시장에서 가져온 실제 음식 재료와 교환되었다. 작가는 부대찌개의 모든 재료가 모였을 때, 마을 사람들을 수봉다방에 초대하여 부대찌개를 요리하여 함께 나눠 먹었다. 이후 <밥 먹고 가세요 #2 떡만두국>, <#3 짜장면>도 진행하였다.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행위를 통해 마을 사람들과 관계 맺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와 기억들을 공유하고자 하였다.

(2015 작가노트 중)

2009 석사, 첼시 칼리지 오브 아츠 앤 디자인 Fine Art, 런던, 영국
2008 학사, 이화여자대학교 Fine Art, 서울, 한국

Solo Exhibition (Selected)
2019 《보통의 국가들》, 스페이스55, 서울, 한국
2016 《떠남의 기술, 머무름의 기술》, 스페이스캔, 서울, 한국
2013 《HPARK여행사: 걸어서 세계로》, 갤러리골목, 서울, 한국
2012 《IKEA: Korea OPEN》, 송은아트큐브, 서울, 한국
2012 《London information centre》, 목스페이스, 런던, 영국
2011 《London Playground》, St Martin-in-the-field, 런던, 영국
2011 《IKEA: The January Sale》, James Freeman Gallery, 런던, 영국

Group Exhibition (Selected)
2025 《The Show Must Go On: Canada》, 주캐나다 한국문화원, 오타와, 캐나다
2023 《Archive》, 스페이스55, 서울, 한국
2022 《TEN HOPE》, OXO갤러리, 런던, 영국
2021 《Solid City 솔리드 시티 #도시 #사람 #공간》, 세화미술관, 서울, 한국
2020 《10의 N승》, 문화역서울284 TMO, 서울, 한국
2020 《Clearance Exchange》, 신촌 파랑고래, 서울, 한국
2020 《느슨한 연결구조》, 공간 형, 쉬프트, 서울, 한국
2019-2020 《프롬나드 런》, EMU Artspace, 서울, 한국
2019 《도시재생의 새로운 가능성들: 파트너십》, 서울도시재생이야기관2, 서울, 한국
2019 《로드쇼 2019: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주한상하이한국문화원, 상하이, 중국

Residency
2019 <Caetani cultural centre>, Caetani cultural centre, 버논, 캐나다
2016 <Kultur Kontakt>, Kultur Kontakt Austria, 비엔나, 오스트리아
2016 <P.S 베를린-ZK/U>, ZK/U, 베를린, 독일
2016 <그린빌라>, 그린빌라, 인천, 한국
2015 <그린빌라>, 그린빌라, 인천, 한국
2014 <그린빌라>, 그린빌라, 인천, 한국
2013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한국

(2025.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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