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석
2012 오래된집

에피소드

성북동 길을 걷다보면 다른 동네 길보다 시간의 초침이, 공간의 이동이 반 박자 느리게 움직이는 착각을 일으킨다. 작업실 구경을 하기위해 찾아온 이들과 거리를 걷다보면 초행자의 입에서는 “서울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었네.”, “여기는 몇십 년 전, 몇 년 전의 모습 그대로네.”와 같은 말들을 한번은 듣게 된다. 하지만 그 길 한편에는 다음과 같이 주민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우리는 분양신청을 거부하고, 재개발구역해제가 안되면, 같은 크기의 땅과 집을 받아내어 집단이주한다.

1. 서울시는 전면철거 후 아파트를 짓는 획일적인 주택정비사업에서 벗어나 기존주거지역을 보존하고 재생하는 다양성을 추구하기로 했다. 아파트건설로 돈 버는 시절은 끝났다는 것을 서울시도 시인한 것이다. 아파트를 돈 주고 살 사람이 없다. 아파트에 세입자로 입주해 살 사람이 없다.

2. 분양신청을 거부하면, 현물출자의무, 철거, 이주, 신탁등기, 소유권이전 등기의 의무가 없어진다.

3. 같은 크기의 땅과 집을 인근에서 사서 집단이주 시켜주지 않으면, 수년간 소송하면서 여기에 계속 살겠다.

4. 감정가도 몰라, 분양가도 몰라, 사업수입성도 몰라, 분양평형에 따라 더 내는 추가 부담금도 모른다.

5. 철거당한 후에도, 사업지연, 금융비용증가, 건설비 상승 등으로 조합원이 또 내야하는 사업비 추가 분담금도 알 수 없다. 미분양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이자도 알 수 없다. 시공 건설회사의 운명도 알 수 없다.

6. 건축경기가 하락하고, 저축은행과 건설회사가 망하고 있고, 미래가 극히 불투명하다. 아파트건설 분양사업에 평생 모은 전 재산을 걸었다가 조합이 망하면, 조합원은 노숙자가 된다.

7. 성북 3구역은 재개발구역해제를 하면, 바로 길 건너의 지역과 같은 부동산거래가(초고가 평당 3000만원)가 형성된다. 땅값이 엄청나게 뛴다.’

서울에서 그것도 공장지역이 밀집된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재개발은 아주 친숙한 사건들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붉은 혹은 검은 현수막들이 나부끼는 것을 보아왔다. 꼬마의 눈으로 보아온 재건축의 풍경은 3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도시계획이 잘못되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또 어떤 때는 투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도 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도시가 스스로 욕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사춘기 소년처럼 유행이나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의지보다 감성이 충만하여 혼란해하고 그럼에도 우발적인 행동에 당황해하기도 하는 그런 것이지 싶다. 물론 이런 존재를 만들어 낸 것은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겠지만 그것을 우리는 제어하지는 것이 아니라 조정되어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어느 순간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듯 우리가 사는 곳이 도시인 곳이라 아니라 어떤 도시 속에 살기위해 지금의 이곳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게 살고 있는 모습이 결국 욕망하는 도시를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2012 작가노트 중)

2011 석사,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영상디자인, 서울, 한국
2004 석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디어아트, 서울, 한국
1998 학사,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성남, 한국

Solo Exhibition (Selected)
2017 《당신의 기대 What’s your perspective?》,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한국
2008 《Take Place》, 브래인팩토리, 서울, 한국
2008 《귀국보고전》, 국립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 한국
2008 《Bill-ding》,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스튜디오, 프랑크푸르트, 독일
2005 《박용석의 옥상프로젝트: 수다》, 쌈지스페이스 옥상, 서울, 한국
2004 《인사미술공간 기획 초대전》,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
2001 《증발》, 126갤러리, 서울, 한국
2000 《암사아파트》, 쌈지스튜디오 옥상, 서울, 한국

Group Exhibition (Selected)
2024 《안녕하세요》, 요즘미술, 서울, 한국
2018 《여전히 무서운 아이들》, 쌈지스페이스, 서울, 한국
2018 《독립영화》, 서울로 미디어캔버스, 서울, 한국
2016-2017 《공간의 발견》, 경기도미술관 꿈틀, 안산, 한국
2016 《망상지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2016 넷팩아시아영화제 《족자》, Grhatama Pustaka, 족자카르타, 인도네시아
2016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영화의 전당, 부산, 한국
2015 《리-플레이: 4개의 플랫폼&17번의 이벤트》,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2015 《MOEMTUM: ART/OMI 1997-2014》, 토탈미술관, 서울, 한국
2014 《콜라주아트-생각엮기 그림섞기》, 경기도미술관, 안산, 한국

Residency
2019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13기>,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 한국
2012 <오래된 집>, 캔 파운데이션, 서울, 한국
2011 <경기창작센터>, 경기창작캠퍼스, 안산, 한국
2007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문화부 스튜디오>,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문화부 스튜디오, 프랑크푸르트, 독일
2007 <국립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서울, 한국
2005 <쌈지스페이스 스튜디오>, 쌈지스페이스, 서울, 한국
2004 <뉴욕 아트 오마이>, 아트 오마이, 뉴욕, 미국
2003 <일주아트하우스 편집지원>, 일주아트하우스, 서울, 한국
1999 <쌈지스페이스 스튜디오>, 쌈지스페이스, 서울, 한국

Award
2016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 한국
2015 <서울메트로&베를린 팬스터 2등 수상>, SMIFF, 서울, 한국
2010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대안영화상>, 네마프, 서울, 한국
2009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 서울독립영화제, 서울, 한국
2008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신진(성장) 지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서울, 한국
2006 <서울 뉴미디어페스티벌 최고구애상>, 네마프, 서울, 한국
2005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신진지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서울, 한국
2004 <다음미디어작가상 (사전제작지원)>, 다음세대재단, 서울, 한국
2000 <제3회 신세계미술제 장려상>, 신세계갤러리, 광주, 한국 

Collected
소마미술관, 한국영상자료원, 뉴욕아트오마이, 쌈지컬렉션, 경기도미술관, 프랑크푸르트 문화부, 경북 영천시

(2025.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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