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은
2021 명륜동작업실
도시가 계획되는 과정에서 효율성의 이유로 형성된 주된 구조 시스템이 만든 구조물의 언저리에 발생한 공간들을 인지하고 몸으로 감각해 나가면서 체득한 미감과 미학적 결정 들을 통해 미술 활동이 발생시킬 수 있는 감각을 회화의 언어로 알아가고 있다.
1. 뉴타운에서 성장기를 보내면서, 내가 누렸던 자연은 원래의 자연을 파내고 뒤집어엎은 땅 위에서 자라난 것이었고 나의 이미지들에는 콘크리트 구조물과 똑같이 잘린 나무들이 공 존해왔다. 나는 그것을 섣불리 크리틱 할 수 없었다. 그것이 그곳에서 지낸 지난 27년간 나를 보호하고 길러준 삶의 조건이었고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듣는.. 신체가 가지는 감각들의 초기 단계가 형성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형성된 감각들이 발전하는 성 장기를 같은 장소에서 보내는 동안, 길과 같이 선 적인 구획들이 만들어내는 단절과 이어 짐을 통해 도시의 면들이 만들어질 때 남겨진 자투리 공간들이 집중적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나에게 천천히 나타나고 내가 지나감과 동시에 멀어지거나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펼쳐진 장면이면서 하나의 비어있는 대상과 같은 공간이었다. 이해가 안 되는 공간들이 항상 주변에 즐비해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기 위해서 지속해서 마음속에서 그것(Thing)이 주변과 관계를 맺으면서 발생시킨 형상과 움직임을 상상했다. 그러다가 마음속에 그리던 것들 중 어떤 장면을 현실에서 만나거나 찾았을 때 그것을 그림으로 옮겼다. 나에게 그림은 주변을 신체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이고 나의 ‘그림 그리기’에는 몸의 퍼포먼스가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는 대상을 향해서 스스로 움직이고 마음속에 모호하게 떠오른 이미지들을 실제 환경에서 찾아내 정확한 장면으로 불러내기 위해 바라보고,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잘 보이지 않고, 이해가 어려운 ‘그것(Thing)’이 만질 수 있는 것으로 변해있었다. 한 가지를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길게 보내고, 기억하고, 그림으로 그리면 말로 표현된 적 없는 현실과 시간이 눈앞에 나타났고, 기록된 이미지는 오랫동안 내 곁에 머물 수 있었다. 이후, 내가 속한 물리적 공간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상을 바라보는 신체적 위치와 태도가 바뀌면서 그림은 다른 국면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2. 약 4년간 지내온 런던에서의 변화는 시선의 방향에서부터 비롯되었고 시선은 아래로 들어갔다. 공간을 감지하는 시점과 감각이 아래로 집중되었다. 땅 밑의 레이어가 층층이 쌓여 있고 곳곳에 구멍들이 뚫려 있었다. 런던의 장면은 브릿지, 지하도, 철도 등의 수평적이고 선적인 구획이 도시 구조의 주를 이루고 있고 수직적으로 높지 않은 건물들이 대부분이지만 길은 양옆에서 눌러서 조여오는 것처럼 좁았다. 공간에 대한 감각은 물리적인 조건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위치에서도 비롯된다. 나는 타지인이었고 몸의 긴장이 나의 감각과 늘 함께했다. 이 변화는 시선이 닿는 곳과 대상을 바라보는 몸의 태도에 영향을 주었다. 텍스쳐와 레이어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감각은 바닥의 아래에 생성된 움직이는 형상을 상상하게 했다. 그리고 펼쳐진 장면이 아니라 시선은 한 점으로 모이게 되고 작은 움직임에 집중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런던에는 지하철, 오버그라운드, 기차, DLR 등 비슷하게 생긴 긴 형태의 탈것들이 많다. 그중 건물 숲과 자연 속을 뚫고 가다가 지하로 기어들어 가는 DLR은 거대한 생명체 안의 기관들을 구석구석 지나가며 탐험하는 상상을 하게 했다. 그리고 갑자기 땅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에는 동굴 안의 작은 틈에 낀 것 같은 심리적 불안감에서 탄생한 상상의 형상들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갑자기 환한 빛을 맞이하게 되면 공간을 감지하는 감각이 새로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곳이, 장면이 나타났다. 신체의 태도를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것은 그림 그리기에 중요한 순간이다. 태도는 공간을 감지하는 방식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나의 위치를 결정하여 공간을 감지하고 대상을 지켜보는가에 따라 화면을 대하는 태도와 회화 언어에 대한 고민도 함께 변화해왔다.
3. 지금은 물리적 세계에서 몸이 직접 감각한 장소의 성격과 그림의 스케일, 비율 등 그림의 신체적 틀을 결정하는 부분의 관계를 작업실에서 만들어 나가면서 그림이 구축하는 장면 사이를 오가며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인체와 사물을 회화의 언어로 생각하는 과정으로 인체 모형을 가지고, 대상에 대해 실제 물리적 몸이 감지하는 감각과 시점이 형성하는 대상과의 관계와 관념적 세계에서 상상의 눈과 몸으로 체험하는 인체 공간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개의 다른 시점이 충돌하여 발생한 관계들이 작업실에서 실제 몸을 통해 구축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낼 어긋나는 장면을 기다리고 있다. (2021 작가노트)
2017 석사, 영국왕립예술대학 페인팅, 런던, 영국
2013 학사, 이화여자예술대학교 예술대학 조형예술학부 서양화, 서울, 한국
Solo Exhibition (Selected)
2023 《먼 거리 획득》, 유머감각, 서울, 한국
2022 《핏 스탑》, 두산갤러리, 서울, 한국
2020 《잠수교》, 금호 미술관, 서울, 한국
2019 《핏맨의 선택》, 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한국
2018 《POTHOLING》, 말보로 갤러리, 런던, 영국
2015 《SIDEWALK FOREST》, 소피스트리, 뉴욕, 미국
2012 《FEET OF INTEGRITY》, 이븐더넥, 서울, 한국
Group Exhibition (Selected)
2023 《더비 매치: 감시자와 스파이》, 뮤지엄헤드, 서울, 한국
2023 《루시드 미스터리/다크 클래리티》, 학고재갤러리, 서울, 한국
2023 《콘크리트 리듬》, 파이프갤러리, 서울, 한국
2023 《ALMA MATER Ⅲ》, 서울아트센터 도암갤러리, 서울, 한국
2022 《MIMESIS AP5: BETWEEN, BEHIND, BEYOND》, 미메시스미술관, 파주, 한국
2022 《시적 소장품》,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2021 명륜동 작업실 결과보고전 《부피, 빛, 리듬》, 스페이스 캔, 오래된 집, 서울, 한국
2021 《두산 아트랩 전시 2021》, 두산갤러리, 서울, 한국
2020 《가볍고 투명한》,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한국
2020 《SEASON’S GREETINGS: PEACE, JOY AND LOVE TO 2020》,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한국
Residency
2023 <International Studio & Curatorial Program Residency>, 두산갤러리 iscp, 뉴욕, 미국
2022 <세마 난지 창작 스튜디오>,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서울, 한국
2021 <명륜동 작업실>, 캔파운데이션, 서울, 한국
2020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고양, 한국
2016 <CAFÉ INTERNAZIONALE>, CAFÉ INTERNAZIONALE, 팔레르모, 시칠리아
2015 <PAPERBACK WRITER PAPERBACK ARTISTS>, 테이크아웃드로잉 카페, 서울, 한국
Award
2020 <금호 영 아티스트 선정>, 금호미술관, 서울, 한국
2017 <The winner of Valerie Beston Prize>, The Valerie Beston Artists’ Trust, 런던, 영국
2017 <Selected for Travers Smith Art Programme>, Travers Smith, 런던, 영국
Collected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2025.05. 작성)
홈페이지: https://seeun-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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