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지
2026 명륜동 작업실

  나는 삶의 상투성과 아름다움을 그림의 큰 주제로 삼고 있다. 나이를 먹으며 나 자신이 아주 전형적이고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더욱 강하게 느끼고 있다. 정확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삶이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사랑도 죽음도 병도, 그 어떤 희극과 비극도, 아무 일 없는 일상도, 그림으로 옮기곤 하는 순간들 모두, 조금만 멀리서 보면 너무나 흔하고 널려있다. 그런데도 모두들 자신의 삶 앞에서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며 어쩔 줄 몰라한다.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그런 애착이 생겨날만큼 삶에는 아름다운 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을 그림으로 옮기고 싶다.

  나의 그림이 대체로 간략하고 선명한 이유는 내가 곱씹고 있는 불분명한 느낌을 낱낱이 밝혀내려 하기에, 그리하여 그 혼란 속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주로 직접 찍은 스냅사진을 자료로 삼는데 페인팅 전에 수차례의 드로잉을 하며 사진 이미지 그 자체 보다는 그것이 품고 있는 핵심을 다루려 한다. 뉘앙스, 분위기, 감정, 감각 같이 미묘하고 주관적이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무언가가 그러하다. 그 외의 불필요한 부분들은 삭제하거나 간략히 변형한다. 드로잉의 과정에서 내 무의식에 축적된 여러 매체의 데포르메와 연출법 등이 반영되기에 실제의 삶을 그린 것이면서도 한편으론 만화의 한 컷이나 영화나 드라마의 프레임, 혹은 소설의 어떤 장면을 상상해 그린 것처럼 보인다. 제각각의 삶도 딱 그만큼씩 서로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정제된 이미지를 즉흥적이고 빠른 붓질로 캔버스 위에 옮긴다. 몇 번의 휘두름으로 볕과 그늘이, 누군가의 얼굴이 생겨나는 회화의 마법같은 즐거움은 태초에 그림을 나의 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다. 붓질의 크기, 물감의 농도, 색의 조화가 도상과 절묘하게 하나가 될 때,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을 때 그림은 완결된다.

  그림은 삶을 실감하고 긍정하게 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인간 생이 얼마나 상투적인지, 그리고 스스로가 그러한 삶을 얼마나 버거워하고 있는지가 내 오랜 괴로움이었다. 막연히 그렇게 느꼈다. 그러나 그리기 위해 정확히 보려하자 달라졌다. 내 삶을 다른 이의 삶을 보듯이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내 것을 보듯이 하다보면, 끝없는 무의미 대신 작은 애정이 생겨난다. 기쁨도 슬픔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모두 견딜만한 것이 된다. 쉼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순간을 영구히 간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충분히 만끽하고 매듭짓고 흘려보내기 위해서 그린다. 오늘을 잘 살기 위해, 다음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그림을 완성한다.

(2025 작업노트 중)

2020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석사 졸업
2017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학사 졸업

Solo Exhibition
2021 《My Salad Days》, 상업화랑, 서울, 한국
2019 《숏컷》, 어쩌다갤러리2, 서울, 한국

Group Exhibition (Selected)
2025 《디지털 시대의 회화》, 하양, 교보아트스페이스, 서울, 한국
2025 《Next Painting: As We Are》, 국제갤러리, 서울, 한국
2024 《비누향》, 콤플렉스갤러리, 서울, 한국
2023 《Seize the Moment》, 노블레스컬렉션, 서울, 한국
2023 《발푸기르스의 밤: 한국의 마녀들》, 세종문화회관, 서울, 한국
2023 《Barrr Parrr》, KT&G 상상마당, 춘천, 한국
2022 《페리지 윈터쇼 2022》, 페리지갤러리, 서울, 한국
2022 《촉각적 순간》, 아트소향, 부산, 한국
2022 《컬렉터: 수집의 기쁨》, 교보아트스페이스, 서울, 한국
2022 《찰나의 순간들》, 오브제후드, 부산, 한국
2022 《The Seasons》, 디스위켄드룸, 서울, 한국
2022 《Ziggy Stardust》, N/A, 서울, 한국
2022 《이곳에선 모든 게 자연스럽지 않으면 이상하다》, 시청각, 서울, 한국
2021 《시리얼즈》, 레인보우큐브, 서울, 한국
2021 《21세기 회화》, 하이트컬렉션, 서울, 한국
2021 《We’re All Sick and in Love》, WESS, 서울, 한국
2021 《오늘들》, 킵인터치, 서울, 한국
2020 《This Is a Favorite With Sunshine》, 의외의조합, 서울, 한국
2020 《등을 대고 반대 방향 바라보기》, 아트스페이스영, 서울, 한국
2020 《BGA Offline Showcase: Physical》, 팩토리2, 서울, 한국
2020 《That Has Ever Seen》, 킵인터치, 서울, 한국
2020 《Pauses》, 갤러리175, 서울, 한국
2020 《생각보다 이미지》, 누크갤러리, 서울, 한국
2019 《돌고 돌고 돌고》,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한국
2018 《Catching the Drift of Clouds》, 삼육빌딩, 서울, 한국
2018 《아무도 안 계시는데요》, 미술과 공간, 서울, 한국
2017 《벽돌 수족관 파이프》, 행화탕, 서울, 한국

Residency
2024 <명륜동 작업실>, 캔 파운데이션, 서울, 한국

(2026.03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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