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언
2026 명륜동 작업실
대학생 시절, 당시의 학교는 형체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작업으로 학생들을 유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 그 가득 찬 화면이 갑갑하게 느껴졌고, 과감하게 화면을 비웠다. 넓은 화면을 단색으로 채우고, 그 위에 작은 크기의 인물이나 사물을 하나만 그려 넣었다. 그 단순함 속에 색의 변화와 소재의 위치에 따른 시각적 효과의 차이를 찾아가며 작업을 이어갔다. 작업이 점차 쌓여갈 때 즈음 변화가 필요했고, 단색의 화면을 분할했다. 분할된 화면의 모양에 따라 지면과 벽, 기둥 같은 것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 인물을 넣어 화면을 구성하며, 나름대로의 화면 균형을 찾아갔다.
단순한 화면 구성으로 작업을 하며, 흔히 ‘분위기’나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형성하는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 구도라고 생각했다. 구도의 설정에 따라 어떤 형체도 없는 색면의 영역이 채우지 못 한 공백이 되거나, 가득 찬 여백이 되었다. 그렇게 작업에 어떤 내용을 담고, 그것을 전달하는 것 보다, 화면 구성 방법과 시각적인 효과에만 몰두하며 공백이 아닌 여백으로 보이는 지점을 탐구하는 영역에 머물렀다.
거듭된 생략으로 단순해진 작업은 이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과도한 생략이 독이 되었음을 자각하고 다시 어느 정도의 묘사를 곁들이며, 조금씩 생략을 걷어냈다. 그리고 벽과 기둥, 창틀을 통해 실내공간이나 도시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작업에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는지, 서서히 작업에 나의 일상이 담기기 시작했다. 현실에 처한 상황이나, 그에 따른 정서의 변화가 은연중에 묻어났다. 어느새 그림에 등장하는 아무개는 나를 대변했고, 당시의 일상 중 일부를 빗대어 그려내는 작업을 하게 됐다.
찬 바람이 불고, 쌓인 눈으로 온 풍경이 하얗게 색을 잃은 어느 날. 끝내 닿지 못할 마지막 인사말을 읊조리며 내 일상은 부재로 가득해졌다.
발을 딛고 눈이 닿는 곳, 모든 지점에 대상의 흔적과 기억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흔적과 기억들은 대상이 실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면서, 동시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상기된 현실은 부재를 더욱 강조했다.
‘없음’을 말하는 부재는 것은 형체가 없다. 그럼에도 이 ‘없음’을 그려보고자 했다. 그렇게 부재를 담는 시작으로 빈 의자와 어두운 실내의 모습처럼 부재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장면을 찾아서 그려보고 있다.
(2026년 작가노트 중)
2019 석사, 한남대학교 일반 대학원 미술학과
2017 학사, 한남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회화과 졸업
Solo Exhibition
2024 《모놀로그》,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한국
2023 《남겨진 자리》, 숲 속 갤러리, 청주, 한국
2019 《낯선 이들의 모습》, 오!재미동 갤러리, 서울, 한국
Group Exhibition (Selected)
2025 《Artlab Plus》, 이응노 미술관, 대전, 한국
2025 《느슨한 유역》, 충북갤러리, 서울, 한국
2025 《Forgotten Isle》, 아트센터 올리브, 청주, 한국
2025 《여백 : 그리고, 남기기》, 한독의약박물관 생명갤러리, 음성, 한국
2024 《점등하는 초점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한국
2024 《유연한 틈 : 시선의 그림자》,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한국
2023 《르네 마그리트 오마주:중첩》, 안국문화재단 AG갤러리, 서울, 한국
2022 《일상이라는 몸》, 쉐마 미술관, 청주, 한국
2022 《균형잡기》, 솅겐 갤러리, 광주, 한국
2021 《그리다 꿈꾸다》, 아트센터 쿠, 대전, 한국
Residency
2026 <명륜동 작업실>, 캔 파운데이션, 서울, 한국
2024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Collected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정부미술은행
(2026. 03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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