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_navi45
DB_navi3

레지던시 | [작가 서해영과의 인터뷰]

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작성일17-05-24 13:27 조회1,692회 댓글0건

본문

ZK/U 2017 입주작가 <서해영> - 과정 중심적인 방식으로 사람과 도시를 조각하다.

 

이번 5월 캔에서는 캔의 해외 레지던시 베를린 ZK/U 입주작가인 서해영을 인터뷰하였다. 서해영(83년생, 서울대 조소 전공)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과정 중심적 조각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서해영 작가에게 작업의 주요 고민들과 ZK/U에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본  인터뷰는 작가의 사정상 서면으로 이루어졌으며, 지면을 위하여 재구성되었습니다.

 

Q. ‘과정 중심적작업으로서의 조각을 시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자신만의 조각관은 무엇인가?

A. 나는 오랫동안 조각을 배우고, 그 방법론에 관심을 가져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조각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현대조각의 조각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작업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조각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하나하나 적어보는 것이었다. ‘관념적인 의미부여를 하는 작업을 하고 싶지 않다/결과 중심적인 조각을 하고 싶지 않다/ 권위적인 작업(작업방식)을 하고 싶지 않다/타자를 이용하거나 환경을 해치는 작업을 하고 싶지 않다/ 상업적인 작업을 하고 싶지 않다...등등이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조각을 만들고 감상하는 방식이 너무나 결과 중심적이라 여겨졌고, 작품의 결과에 관념적이고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는 권위적인 작업방식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결과 중심적이고 관념적인 조각을 하지 않기 위해, ’과정 중심적인 조각을 시도하게 되었다

 

9c507442cddb5ac01390d84baa4e938a_1495599 

삼각산조각하기(2012.4.9 영봉에서), 흙, 47X28X23(cm), 2012

 

<산에서 조각하기>는 그 첫 번째 시도로, 나의 신체적 조건과 경험이 조각의 내용과 양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작업실에서 만들었다면 내가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더 완벽하게 산을 재현할 수 있었겠지만, 이것은 스스로 짊어지고 갈 수 있는 흙과 재료를 가지고 산에 올라 조각을 하는 것이다. 나의 신체적 한계와 환경적 제약들을 그대로 담고 있는 조각을 만들고 그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관념적인 의미부여와 결과 중심의 작업태도를 벗어나고자 했다. 그 외에도 <여성미술가를 위한 도구 만들기> 시리즈는 여성에게 필요한 도구나 환경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위해 다양한 여성협업과 수공예적인 매체를 이용한 작업으로, 여성의 특징과 협업과정을 반영하는 도구를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과정 중심적작업이었다.

 

나에게 의미 있는 조각은 계속 변해왔다. 나는 어린 시절, 무엇이든 입체로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해서 냄새나는 쓰레기들을 주어다 무언가를 만들다가 엄마에게 혼이 난 적이 많았다. 목적이 없는 만들기는 나에게 가장 즐거운 놀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미켈란젤로나 로댕, 까미유 끌로델과 같은 조각가가 되고 싶었다. 대학에서 전통적인 조각의 재료와 기법을 배우면서는 덩어리와 형태, 조각적 완성에 대한 감각을 배웠다. 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 많은 정보를 얻을수록, 내가 만들기를 하면서 느꼈던 즐거움과는 더 멀어지는 느낌이었다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는, 조각을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고, 감상하는 방식이 점점 나의 삶과는 분리된 별개의 영역으로 느껴졌고, 권위 있는 조각의 작업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때부터 나는 기존에 배워온 방식들을 최대한 벗어나,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조각, 그리고 내 삶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담아내는 조각을 시도하려고 노력했다. 그 시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삶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과 문제의식들을 나만의 만들기=조각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

 

9c507442cddb5ac01390d84baa4e938a_1495599

8개의 콤부손잡이(8명의 여성을 위한 콤부), 석고, 나사, 각20x5x4cm,가변크기, 2015 

 

Q. 작업 중 여성협업과 여성성을 강조하는 지점들이 보이는데 이것들이 왜 중요하며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A. <나에게 필요한 도구 만들기>는 타피스트리 여성협업이나 여성들의 다양한 꿈을 위한 도구 만들기의 시작이 되었던 작업이다. 이 작업은 나에게는 본 작업에 앞서 의식처럼 행하던 사전작업 같은 것이었다. 어느 날 문득, 습관적으로 깎았던 헤라가 오히려 나의 취향과 나의 구체적인 조건을 반영하는 하나의 조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로 내가 깎을 수 있는 일상적인 물건들, 예를 들어, , 국자 등을 깎아 소조를 위한 헤라(조각도구)를 만들어보았다. 조각을 위한 도구를 내 손으로 만들면서, 도구의 형태와 기능이 사용자의 특성이나 삶의 조건과 상황, 정체성 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만든 헤라에는 여성조각가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 여성성을 도구에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관심과 여성성과 여성협업에 대한 관심이 결합하여,<여성미술가를 위한 도구 만들기-타피스트리 협업의 도구>를 시도하게 되었고, 그것은 <여성미술가를 위한 도구 만들기-당신의 꿈을 위한 도구>로 이어져 여성의 다양한 삶의 경험과 조건을 드러내는 도구작업으로 나아간 것이다. 의도적으로 여성협업으로 진행한 작업은 <여성미술가를 위한 도구 만들기- 타피스트리 협업의 도구/당신의 꿈을 위한 도구>이다. 이러한 여성협업을 경험하면서, 여성들이 협업을 통해 협업의 목적이나 결과물을 달성하는 것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많은 것을 서로 주고받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성들은 협업을 하면서 정말 많은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9c507442cddb5ac01390d84baa4e938a_1495600
원형타피틀, 앵글, MDF 합판,못,면사, 지름100cm, 높이180cm,2014
 

초기에 고민했던 것은 참여자들이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서로가 일단 대화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참여자들과 함께 원형 틀을 고안해냈다. 이것은 마치 라운드테이블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 서로 마주보게 하고, 어색한 느낌을 조금 덜어주었다. 원형 틀에 맞춰, 작업방식도 하나의 도안 없이/릴레이방식으로 타피를 짤 수 있는 규칙을 정해 서로의 영역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했다. 또 우리는 일상적인 소소한 대화부터 정치, 사회적 문제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하지만 항상 화기애애한 것만은 아니었다. 서로가 말하는 방식,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 살아온 삶의 조건이나 상황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때론 오해와 트러블이 생기기도 했다.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 각자의 생각의 기준에서, 서로가 원하는 호칭을 찾아나가는 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이처럼 원형 틀에 둘러앉아 작업을 함께 진행하는 과정은 이 이외에도 많은 소통과 분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과정은 공통된 여성성보다는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하였고, 여성들의 협업을 위해서 많은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함을 깨닫게 하였다.

 

처음에는 기획자로서 작업진행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조급해 했지만, 이제는 그런 시간들이 여성들의 협업이 갖는 힘이라고 걸 깨닫는다. 많은 여성들은 협업의 목적달성 이외에도(목적달성을 위해서) 친밀감이나 연대감을 기본으로 하여 인간적인 관계를 먼저 맺고, 그 이후에는 서슴없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곤 한다. 이러한 여성특유 협업방식은 일상의 소소한 문제들부터 사회정치적 문제들까지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또 다른 방식으로 보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9c507442cddb5ac01390d84baa4e938a_1495601 

네트-워크인인천 작업과정, 그물, 폐현수막, 스테인리스각파이프, 1.3m x 14m, 2016

 

Q 공동체 작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람들의 참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원래 혼자 작업하는 것에 익숙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작업이든 생활이든, 모든 것을 내가 통제하고 완성하는 것이 훨씬 쉽고 만족스럽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내가 공동체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작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나에게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 나와 다른 삶의 조건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생각의 폭과 작업의 범위를 넓혀주는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공동체작업은, <여성미술가를 위한 도구 만들기>(2014-2016) 시리즈로, 여성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다양한 여성들과 함께 하나의 작품을 만들며 이야기를 해 나가고 그 과정을 기록했다. 이러한 작업은 <거리조각프로젝트: Would you be my model?>(2015)로 이어져, 다양한 인종과 언어, 문화가 공존하는 시드니의 거리에서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또 다른 작업으로 나아갔다. 최근에는 <공공미술프로젝트: 네트-워크 in 인천>(2016)이라는 타피스트리 공동작업을 통해 인천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그곳에서 구한 재료인 그물을 엮어 인천에 대한 각자의 인상을 그려내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9c507442cddb5ac01390d84baa4e938a_1495601 

거리조각프로젝트Would you be my model? (in Sydney), 10분, 영상캡쳐이미지, 2015
 

<거리조각프로젝트: Would you be my model?>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의 얼굴을 그 사람이 그 장소에 머물 수 있는 시간 안에 만들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여기서는 시간과 공간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작가와 모델이 일대일의 상호적인 관계를 갖는다. 작업의 결과물인 조각은 사진으로만 남기고 부수는 행위를 통해 참여의 의미를 소통과 교감에 두고자 했다. 반면, <공공미술프로젝트: 네트-워크 in 인천>는 인천아트플랫폼에 설치될 공공미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집한 20명의 사람들과 하나의 대형 타피스트리를 짜나가는 과정으로, 각자 작업의 주체가 되어 협업에 참여한 사람들과 능동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참여방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네트-워크 in 인천>에서의 참여는 배려와 소통, 책임감이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된다.

 

Q ZK/U에서 어떠한 작업을 계획하는가? 또 베를린이라는 도시는 어떤 곳이라고 기대하는가?

나는 ZK/U 레지던시에 참여하여 서울과 베를린을 배경으로 도시와 사람들이라는 조각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다. 이것은 도시와 그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갖는 물리적 관계를 바탕으로 장소와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각자의 의미를 새길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도시와 사람들은 서울과 베를린 서로 다른 두 도시에서, 같은 방법으로 진행할 계획인데, 이러한 방식이 두 장소의 차이와 공통점을 드러낼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구체적인 작업방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먼저, 서울과 베를린 두 도시의 다양한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만들면서,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자신에게 가장 특별하다고 여겨지는 장소를 소개받고, 나는 그 장소를 입체와 설치, 평면작업으로 기록해 나갈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 각자의 특별한 공간을 다양한 물질로 캐스팅하거나 재현하려는 조각적 시도는, 도시와 도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도시의 의미와 가치를 경제지수나 수치적인 통계에 의해 어느 도시가 가장 살기 좋은지, 반대로 살기 힘든지 평가하고 점수매기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 해보고, 재정의해보고 싶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큐레이터 박유진>

















(사)캔파운데이션 이사장 장문경   사업자등록번호 209-82-09832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제 2016-서울성북-0677호
주소. 서울시 성북구 선잠로 2길 14-4   TEL .02-766-7660
하단정보
copyright 2016 by CAN foundation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