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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시 | [작가 지희킴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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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7-03-10 11:04 조회1,2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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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동 2017 입주작가 <지희킴> -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의 기억을 그리다.

 

이번 3월 캔에서는 2017년도 명륜동 입주 작가 지희킴을 인터뷰하였다. 지희킴(83년생, 동국대 서양화 전공)은 책을 매체로 이미지, 텍스트, 기억간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이다. 기부 받은 책 위에 드로잉을 그리는 <새벽을 헤엄치는 드로잉>(2012~), 문학을 출발점으로 기억 연상의 연쇄적 과정을 통해 사고를 확장시키는 <움직이는 마침표>(2016) 프로젝트 등 작가는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기억들을 텍스트 위에 소환해 그것들을 뒤섞고 재배열해 새로운 읽기와 이미지로서의 기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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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책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A. 2011년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 작업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타성에 젖어서 스스로를 계속해서 모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것을 탈피하기 위한 첫 번째 대안이 유학이었어요. 독하게 마음을 먹고 캔버스를 떠나 새로운 플랫폼과 지지체를 탐색하고 싶었어요.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유학 생활 중에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야했고 우연한 기회에 도서관에서 버릴 책들을 모아놓은 것을 봤어요. 그때 저는 이것을 저의 툴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책들을 캔버스를 떠나는 출발점으로 삼아 놀이와 유희의 도구로서 보게 된 것입니다. 당시 학교와 지역 도서관 두 곳에 프로젝트를 제안하였고 350권 정도의 책을 기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하나의 오브제이자 드로잉 지지체로서의 책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Q. 작업 과정이나 방식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A. 책 속의 드로잉 작업이 가능했던 건 그것이 외국어였기 때문이었어요. 외국어 책은 모국어인 한국어와 달리 내용 파악이 단번에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내용보다는 특정 텍스트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문단 사이의 여백들이 어느 순간 직사각형 네 개로 보이고 그러면서 텍스트가 이미지로 읽혀 이미지와 텍스트의 경계가 흐려보였습니다. 저는 이것이 저만의 언어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고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책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업할 때는 저만의 드로잉 규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절대 책을 읽지 않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게 되면 무의식 속에 텍스트에 종속되기 때문에 제 작업이 삽화로 밖에 남지 않습니다. 이는 텍스트의 내용으로부터 독립성을 가지기 위해 경계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내용을 읽지는 않지만 특정 페이지의 특정 단어나 문장을 선택하고 그것에 따라서 자유롭게 기억의 연쇄 작용을 이루어나갑니다. 예를 들어 엄마라는 단어에서 엄마와 갔던 하와이, 하와이에서 주웠던 조개 목걸이, 조개 요리를 해주셨던 할머니의 식탁까지 이런 연상 작용을 거치면 20분 전 기억부터 20년 전 기억까지 소환되어 활성화됩니다. 이는 데이터가 저장되는 단순한 프로세스와는 달리 다른 기억들과 얽혀 서로를 활성화시키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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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 old, 기부받은 책페이지에 과슈, 23.8 x39.1cm, 2016

 

Q. 작업할 때 공간(지역)이 주는 영향은?

A. 유학 전에는 특정 공간이 주는 영향을 잘 실감하지 못했어요. 전에는 어떠한 틀에 스스로를 맞추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영국이라는 지역에서 삶의 태도와 작업 방식 등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었어요. 그 전의 작업들은 스케치를 하고 그 안에 채워나가는 형식이었다면 영국에서는 캔버스를 벗어나서 벽화 작업을 처음하게 되면서 넓은 벽 위에서 배치하고 확장시키는 훈련을 많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확장은 낯선 공간의 경험으로 인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타이페이 같은 경우에는 그 공간의 에너지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어요. 날씨가 덥고 사람들의 태도도 여유롭고 밝아서 좋은 에너지들을 많이 받습니다. 장소성과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북드로잉이 책의 출처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책도 하나의 장소처럼 고유한 출처와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타이페이에서는 스텝한테 도움을 요청해 헌책방에서 40권 정도의 책을 받아 처음 보는 중국어 책에 드로잉을 했는데 흥미로운 과정이었습니다. 저의 작업들은 기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을 경험하는 게 무궁무진한 저장소를 구축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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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h, don't tell mom 월 드로잉 부분, 벽에 과슈, 연필,잉크, 스프레이, 가변크기, 2013

 

Q. 작품에 비극적인 여성의 이미지가 많은데 주로 어떠한 이미지를 그리는지?

A. 모든 작업들은 저의 기억에서 출발합니다. 또한 저는 여성의 이미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지닌 비극적인 서사와 트라우마에 매료가 됩니다. 그런 서사를 가진 책들을 많이 찾아 읽기도 하고 그것들이 저도 모르게 다시 드러나는 것 같아요. 눈물이나 피가 흐르고 있고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비극적인 내러티브랑 연결이 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어떠한 여성으로 보고 어떻게 느낄지는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캔파운데이션의 <명륜동 작업실>에서 지내면서 계획 중인 것은?

A. 종로구 명륜동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서울 한가운데에 있지만 조금 안으로 들어와있어서 조용하고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이곳에서 제 작업을 물리적, 심리적인 의미에서 확장하고 계속해서 풀어내고 싶습니다. 이 공간은 작가가 작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푸는 훈련에 집중을 하는 게 제 1년간 목표입니다.

 

지희킴 작가는 오는 5 송은아트큐브(강남구 대치동)에서 개인전을 예정 중에 있다. 전시에는 이전에는 선보인 적 없던 애니메이션 작업을 선보인다. 사소하지만 섬세하게 다른 것들과 무한히 얽힌 기억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캔파운데이션 인턴 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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