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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안개문장 (Misty 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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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0-11-19 11:45 조회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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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도의 초대일자는 없습니다.

■ 전
시명: 안개문장 (Misty Words)

■ 참여작가: 임유정, 이문영, 한주희, 유월C

■ 전시기간: 2020. 11. 20(금) ~ 11. 27(금)  

■ 운영시간: 월-토 10:00 - 18:00, 일요일 휴관 

■ 전시장소: 오래된집 (서울 성북구 성북로18길 16)

■ 주최·주관: (사)캔 파운데이션 

■ 문의: 02-2135-7622 

 

전시 <안개 문장 Misty Words>은 작업과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로, 캔파운데이션 C2A(Critic to Artist)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긴급한 방법: 예술가의 글쓰기워크숍을 마친 뒤 참여자들이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한 과정이다. 글쓰기는 예술과는 불가분한 관계이기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상화하여 바라보기 어려운 행위이다. 게다가 비평모임에서와 같이 서로를 서로의 텍스트로 초대하고, 무엇을 말하여하는지 세밀하게 질문하여 그 안으로 침투하는 일은 쉽지 않은 시도이다.

 

가볍게는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를 의식하는 것부터 시작한 세미나는 다회 모임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글쓰기의 몸짓을 결정하는 근원적 의지를 확인해보는 일을 수반했다. 나의 것을 꺼내 보여야하는 밀도가 높은 그 과정에서 우리는 머뭇거리기도 했고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더듬더듬 짚어가며 깊은 곳에서 헤매이기도 했으며 어느 날은 티끌 한 점 없는 정명한 공기를

마시기도 했다. 일종의 내적관찰(Introspektion)”의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를 재촉하여 긴급하게 느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세계 내에서 우리의 존재 양식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지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주고받은 우리의 질문과 답변은 뿌연 안개 속을 가르는 등이기도 하면서 가까이 또는 주변부에 언어를 자욱하게 나열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에서 얻은 각자의 작업은 언어를 교환하며 맺은 관계에 대한 돌아봄이며 담담한 선언문이기도 하다.

 

*빌렘 플루서, 3장 글쓰기의 몸짓, 몸짓들(안규철 역, 워크룸프레스, 2018) 참고

 

 

 

임유정의 작업은 여러 사람들한테 지극히 개인적이기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작업의 주제가 될 수 없다고 언급되어온 일기장 작업에 대한 고찰이다. 작가가 조잘조잘 써내려간 일기장의 시점은 2020년 여름으로, 우박처럼 쏟아진 성폭력사건과 그와 관련하여 벌어진 어이없는 사건들 때문에 그의 일기는 분노로 점철되어 있다. 작가와 같은 지면을 밟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도 세상은 불꽃같이 파아란 나날들이었다.

      일상적으로 지나다니는 길 위에서 매일 접하게 되는 언어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지거나 떨어져나가는 영상에서 작가의 일기장은 개인의 내밀함을 향해 뻗어있는 세로선과 세계의 보편성을 공감하는 가로선이 교차하는 지점이 된다. 그렇게 매일 써내려간 텍스트로 그려진 점이 작가가 위치한 곳이자 오롯이 개인적인 의미라고 여겨졌던 영역에서 확장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매일 지나는 길을 걸으며 발견한 것, 생각한 것을 통해 내가 휘둘렸던 여러 폄하에서 벗어난다. 나의 작업, 내 언어를 믿겠다는 다짐이자, 잔인했던 2020년을 뒤돌아보는 연말 결산이다.”

- 임유정 작업노트 중

 

 

전시장에 QR코드와 프린트기를 설치한 Yuwol June C. 은 말과 글 그리고 언어로만 소통되어야 하는 때, 효율적이며 편리한 의사소통을 향해가며 놓치고 있던 것들 그래서 무시되고 소외되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예술을 하면서 저는 언어와 늘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존재를 하나의 단어로 규정해버리는 상처 주고 제한하는 말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지점에서의 갈등을 이어나가면서 어떻게 하면 보다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하고 말을 걸며 새로운 언어를 만들 수 있을까 계속해서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예술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정지윤 작업노트 중

 

     관람자는 작가의 글을 받기로 결정을 내리기만 하면 QR코드를 통해 그의 말과 글, 즉 언어를 받아볼 수 있다. 이때, 관람자가 받는 글은 작가의 생각, 넋두리, 제안, 글의 형태로 존재하는 작업, 또는 실현하지 못한 작업이나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작업 그리고 시 아닌 것 같은 시와 이야기중 하나로, 받는 글이 무엇이 될지 모르는 랜덤 액세스 Random access’의 과정이 이루어진다. 무작위로 선택되어 관람객과 어쩌면 우연히 마주하게 된 이 텍스트는 원한다면 인쇄해 물리적인 형태로 가져가고 옮길 수 있다. 그렇게 관람객이 자율적으로 반응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에서 수신된 텍스트는 어디로든 어떻게든 퍼질 수 있게 되는데, 이 과정은 작가가말과 글을 받기로 결정한 수신자의 능동적인 책임을 상기시키고, 말과 글의 가치에 대한 영향력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해보길 바라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한 자리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집중하여 비로소 내뱉는, 그러나 결국에는 빗나갈 수밖에 없는 한마디에 의미를 두고 싶었고 그러한 것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리에 남기고 싶었다.”

- 이문영 작업노트 중

 

세미나를 진행하는 동안 십인십색의 사람들에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에 대해 전달하기 위해 지긋이 바라보며 감지하지 못했던 외곽에 있는 것들을 인식하게 된 이문영의 변화는 동시에 그의 시야를 구성하는 현실 공간의 것들을 바라보는 태도로 옮아져간다.

      작가는 그동안 세미나에서 전달하지 못하고 주저한 이야기들을 자르고 덧붙여 짧은 문장들을 만들었고 일군의 오브제들이 매개하여 친절하지 않은 높이의 테이블 주변에 구성하는 거대한 조각을 만들었다. 언어를 다루는 방식과 사물을 다루는 방식은 작품이 작동할 수 있는 방식되는데, 조합된 문장과 그에 개입된 오브제들은 일견 서로의 표면에서 만나 미끄러지고 그렇게 헤어지는 관계로 보인다. 그러나 관계들이 파편적이면서 무의미하다는 것은 동시에 그러한 속성으로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떠한 대상을 뚜렷하고 분명하게 정의 내리려는 시도보다는 정의내리지 않음(정의내릴 수 없음)’ 자체에 집중한다. 쫀쫀하고 밀도 높은, 완성도 높은 하나의 작품 덩어리가 아닌 가능성 있는 재료들이 풀어헤쳐진 상태를 제시한다.”

- 한주희 작업노트 중

 

전시장 맨 안쪽 아담한 선반에 다소곳하게 꽂혀있는 한주희의 <어떤 장례식>은 글쓰기 세미나부터 이어온 작가의 <대화모음><장소모음>의 확장된 버전으로, 한 편의 소설을 구성할 수 있는 요소인 인물’, ‘장소’, ‘대화이 세 가지를 독자에게 제시한 단편소설이다. 관람객들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소설의 서사를 만들기 위해 각 요소들을 매개시켜볼 수 있는데 작가는 그의 손을 떠난 이 추상적이거나 피상적일 수 있는 텍스트를 독자의 의지대로 조합하고 가공하고 기입하는 글쓰기 행위의 일종을 시도하게끔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면 가운데 그러니까 텍스트 중앙에 빈 네모는 서사의 부재에 대한 작가의 시각적 은유로 독자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이 사각형 주위를 맴돌며 글을 읽게 만드는 불편함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불편한 존재감은 독자가 상상의 언어들을 투과하는 과정에서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을 제공하면서 빈 서사가 채워질 방향들의 가능성 그리고가소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 구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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