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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정재호: 달콤쌉쌀한 순간들 Bittersweet La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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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8-11-08 16:37 조회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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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명 : 달콤쌉쌀한 순간들

■ 기간 : 2018'년 11월 15일(목) ~ 11월 28일(수)

■ 오프닝 : 2018'년 11월 15일(목) 5 p.m.

■ 장소 : 스페이스 캔(서울시 성북구 선잠로2길 14-4)

■ 주관 : (사)캔파운데이션

 

 

달콤쌉쌀한 순간들 Bittersweet Layers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창들이 여러 겹의 레이어를 형성하며 우리의 주의를 간섭한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문자, 카톡, SNS, 각종 어플리케이션들의 광고알림, 때론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지 혼동을 일으키며,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은 어수선하다. 스마트폰에서 하루 동안에 쏟아내는 알림만 수십 개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 또한 그러하다. 대한민국의 도시풍경은 그 어느 곳보다 다채롭게 변화한다. 우리들이 지나다니는 거리가 익숙해지기 전에 또 낯설게 다가온다. 계절이 바뀌면 길거리의 카페나 식당 손쉽게 바뀌는 것 같다. 한때 길거리를 휩쓸던 모 프랜차이즈 카페가 근 몇 년 사이에 우리 눈앞에 소멸되어 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하나의 풍경을 바라보고 그것을 비롯한 심상이 각인되기 이전에 우리는 또 다른 풍경을 기억해야함을 강요당한다. 자연스레 보고 배우고 생각하며 느끼고 판단하는 과정은 축소되어 버린다. 카톡에 답장을 해야 할지, SNS 알림을 확인해야 할지,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을 켜야 할지, 급한 마음에 여러 레이어를 열어두고 일을 처리하다. 우리의 사고는 뒤죽박죽 엉켜, 어느 하나를 깜박하고 잊어버리기도 한다. 결국 어느 것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지 고민하는 일이 현대인의 숙제가 되었고 그것이 곧 삶이 되었다. 어느 것을 먼저 손대야 할까? 대뇌피질 속 이성으로는 무언가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소팅하고 오거나이징하라 명령할 것이다. 무언가를 옮기고 지우고 고쳐낸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다시금 복잡한 미궁으로 빠지게끔 할지도 모르겠다. 때론 그로기 상태에 빠져 정신줄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결국 기술 혁신의 변화 속도에 발맞춰 우리 삶의 습관이나 행동양식 또한 업데이트해야하는 의무를 부여받는다.

문화사학자이자 디지털 콘텐츠 큐레이터인 애비 스미스 럼지(Abby Smith Rumsey)는 그의 저서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를 통해 디지털 사회 속 인간 기억량의 감소를 지적한다. 우리는 디지털로 생활방식을 전환하고 나서는 넘쳐나는 정보를 본능적으로 선택하고 필터링하도록 강요받는다. 그 과정 속에서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사고의 단계로 전이시키거나 감정을 유발하는 작업들은 자연스레 축소되고 만다. 럼지는 또한 기억이 풍부할수록 상상력도 커진다.’라고 말한다. 이는 결국 디지털 사회에서의 기억량 감소로 기인한 현대인들의 상상력 결핍을 문제제기하는 것이다. 인간이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들, 지극히 개인의 문제들부터 사회전체에서 우리가 당면해야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상상력에 기반을 둔 추측하는 사고를 통해 우리는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디지털 혁명으로 인간의 삶은 다소 편리해졌을지언정 막상 눈앞의 새로운 문제들을 대처할 수 능력은 퇴화해버렸다. 예컨대 당장 누군가 당신의 스마트폰을 빼앗아 간다면, 당신이 느껴야할 불편함을 가늠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디지털 세상 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감당해야하는 기억은 파편화되어 가볍게 휘날리지 않는가. 작가는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의 기억이 일주일이란 시간을 두고 휘발되며, 잠재되어 있는 기억들과 함께 우리의 무의식이란 세계에 부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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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_Page29_아사천에 아크릴릭,플래쉬,마카_157x135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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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_Let her go_아사천에 아크릴릭,플래쉬,테이프_130x97cm_2017 



사회가 90년대에 진입하면서 현대인의 생활양식은 자연스레 아날로그 방식은 디지털로 변화하였다.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미디어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몇 번을 되풀이해야했고, 그 와중에 우리의 흔적들은 산발적으로 흩어져버리고 만다. 우리의 발자취는, 우리의 기억들은, 우리의 역사는 파편이 되어 디지털 세상을 부유하고 있다. 한때는 모든 것이었던 ○○월드 홈피를 되돌아보는 것처럼, 우리의 과거를 살펴보는 일은 꽤나 달콤하고도 쌉쌀하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보통 과거에 대한 노스텔지어적 감상으로 수사되지만, 어느덧 디지털 미디어 또한 노스텔지어적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매개가 된 것이다.

작가는 지난 전시들과 작품들을 통해 디지털적 사유에 기반한 기억의 재구성이란 키워드로 자신의 작업세계를 개진해왔다. 그의 작품 속 레이어는 몇 번이고 중첩된다. 그는 그러한 레이어를 묶어내기도, 또는 틈을 비집고 관통하기도 하며, 다시 이를 데콜라주(Decollage) 허물어버리기도 한다. 납작한 평면은 그의 구축적 페인팅으로 인해 오히려 깊숙한 입체적 구조를 형성하며, 이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생활하는 현대인의 부유하는 의식세계를 묘출해낸다.

이번 신작들을 통해 작가는 다시금 페인팅에 집중하려한다. 작가는 지난 2016년 살롱 아터테인에서의 개인전 <One Week Later>에서는 테이프, 종이, 시트지 등의 콜라주 작업에 무게를 두었으나, 이번 전시의 신작들에서는 좀 더 물감과 붓질의 자유도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플래쉬(Flashe)’라는 물감을 사용하여 화면에 조직감을 강화하였다. 초미세비닐을 기반한 안료이기에 뛰어난 발색과 함께,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고불투명에서 맑은 수채화의 투명한 느낌까지 다양한 광학적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마치 템페라(Tempera)화 같이 고전적 회화의 분위기 또한 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크릴, 오일, 마카, 목탄, 테이프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함으로써 화면에 다채로운 마티에르와 색채표현을 음미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물성적 다양함은 작가가 그려내는 심상 혹은 표현양식의 확장으로 귀결되는데, 예컨대 이는 낙서화혹은 길거리 그래피티 아트 등의 형태들이 연상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화면 속 텍스트가 딱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떠한 구상성을 드러내는 대상과의 연관성도 유추하기 어렵다. 작가가 그려내는 것들에는 종잡을 수 없는 그의 무의식속 딴생각들이 담겨있는 것이다. 사실 딴생각은 현대사회에서 폄하되고 배제되어야 할 대상이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한 개인이 딴생각을 하는 것은 학습이나 업무능력을 저하시키는 적폐로 여겨지지 않는가. 현대인들은 강박처럼 모든 것에 집중하여 해결할 것을 강요받는다. 반면에 이에 반대하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마이클 코벌리스(Michael C. Corballis) 교수는 그의 저서 《The Wandering Mind를 통해 딴생각이나 멍때림의 힘을 설파한다. 우리의 뇌에는 멍하니 있거나 딴생각 중일 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는 부분이 특히 활성화된다고 한다, 특히 이 영역에서는 자아 성찰자전적 기억사회성과 감정의 처리 과정창의성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코벌리스 교수는 멍때림과 딴생각을 좀 더 창의적 사고를 위해 권장해야 할 좋은 습관임을 피력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에 정재호 작가 작업의 프로세스를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무의식적 붓질을 통해 의식에서 ()’하여 이성적 사고에서 벗어나 의식의 기저 하에 있는 잡다한 기억과 감정을 소환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상상의 힘을 폭발시키는 일종의 의식(儀式)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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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의 회화가 창조한 공간에서는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산만한 의식세계가 펼쳐져 있다. 우리는 누구나 다 선택적인 기억장애를 지니고 있으며, 주의력 결핍을 겪고 있다. 작가의 생각 또한 끊임없는 변화를 강요하는 세상에 간섭에 자유롭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는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또한, 이러한 변화를 목도하는 관찰자이자 감상자로서, 디지털 세계 속 현대인의 의식세계를 리빌딩하며 기록하는 역사가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회화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무의식적 세계를 거닐며, 디지털 세상에서 자칫 상실될 수 있는 기억과 상상을 다시 자극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신시호, CAN Foundation Cu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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