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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초원: Minzouchowon Ghim
2018.03 - 2018.12

여기가 어딥니까 안인 가요? 밖인가요?
지금이 아침인가요 저녁인가요?
당신은 남자입니까?
여기가 호텔인가요?
여기 방문이 닫혀있나요?
망치로 나무를 자릅니까?
목요일 다음에 금요일이 오나요?
신발을 신고 양말을 신나요?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나요?
코끼리는 쥐보다 작은 가요 큰가요?
돌은 물에 가라앉나요?
8월에 눈이 오나요?
당신은 지금 빨간색 옷을 입고 있나요?
지금 안경을 끼고 있나요?

레벨로 따진다면 아주 쉬운 질문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인지능력에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들을 들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잠깐 물음표에 빠졌다가 답을 한 후 생각에 빠지게 된다.
(위 질문들은 서울대병원 파킨슨센터에서 아르바이트하다 접한 1980-90년대 파킨슨 환자들을 촬영한 영상 속에서 환자들의 인지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의사가 던진 질문들 중 몇 개를 기록한

것이다.)

우리는 늘 어려운 문제를 품고 지내왔고 어려운 문제만을 남겨두고 어려운 문제만을 생각한다
쉬운 문제를 생각하는 법 없이 정작 쉬운 문제 앞에서 무릎 꿇을 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갖는 법에 대해 무지하며 쿨함을 지향하고 체면을 중시한다. 그럴듯한 집을 아내를 남편을 자녀를 직장을 위해 일생을 바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자신을 위한 시간은 배제된 채 그 뒤에 남은 도파민이 바닥나버린 몸과 뇌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때야 코끼리 같은 질문을 접하고 3이 1보다 큰지 색색깔의 우산 속에 파랑 우산을 찾는 일을 하게 된다.


아이라 불릴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내겐 집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흠이었고 가난한 자에게 나이에 맞는 삶이란 꿈을 포기한 채 성난 어른의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럴수록 나는 내 삶을 지켜내는 법을 찾아야 했다.

모두가 그냥 흘려버린 공간, 무너져 내린 폐가, 누구나 주인이자 주인이 아닌 숲과 바다.

대게 주인이 없거나 공공이 주인인 장소들. 모두의 거리 모두의 자연 두 발을 딛고 있는 순간, 두 발의 주인이 주인공이 되는 공간 그 공간에서 아이였던 마음으로 꿈을 꾼다 tv장 밑에 들어간 리모콘과 눈을 맞추며 엎드려있던 젤리하나에 뛸듯 기뻤던 연약하지만 솔직하고 너그러웠던 유년.

20년 전 헤어진 부모님이 함께 등장하여 노래를 부른다.사라진 나의 고양이가 나타나 내게 말을 걸고 헤어진 남자친구 집 앞에 아직 내가 있다.있을 수도 있지만 있을 수 없는 광경을 만들어낸다 당신은 당신의 눈길을 끄는 풍경에 어디일까 물어오지만 당신이 스쳐보낸 한강이며 폐가이며 산이고 바다인 것이다 누구인가 싶지만 갇히고 버려졌던 기린이고 고양이이며 길에서 본 할머니이고 나의 부모이며 나 자신인 것이다.그렇게 우리가 먼 산만 바라보며 흘려보낸 것들과 함께한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언제나 사소하고 하찮게 시작되었다.
오대수가 15년간 만두를 먹게 된 것도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던가. 어쩌면 중요한 일들은 모두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되며 모든 일이 벌어지기 전은 유난히 평온하고 고요하며

아름답다.

근사한 홀에서 클래식을 지휘하는 사람이 있고 땀 냄새 나는 지하 클럽에서 펑크를 노래하는 사람이 있다. 세련된 풍경을 가만히 응시하며 어떤 철학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전자라면
즐거운 시간을 갖고 좀 쉽게 생각해봐요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유로 당신도 운 적이 있잖아요 웃은 적이 있잖아요 생각나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며 말 같지도 안되는 걸 함께 해봐요!
잠깐, 그 것부터 좀 내려둬요 라고 말하는 나는 후자이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버지 a 회사 대리 b 가게 아르바이트생 같은 이름은 접어둔 채 36세의 42세의 62세의 당신 자신이 되어 보는 것이다.

내가 쌓는 사소하고 하찮은 컬러 블록들이 당신의 뇌에 도파민이 되면 참 좋겠다.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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