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이진 : Lee, Jin

6 11 – 6 30, 2014

이진 Lee Jin_오래된 집 프로젝트 8

 나는 최근 10년 동안 공간 속의 cut paper 드로잉 설치 작품을 제작을 통해 상반된 개념들 – 성장과 소멸, 응축과 폭발적 팽창, 반복적 질서와 혼란, 덧없는 일시적임과 영속성, 자연과 인공, 디테일과 전체, 그리고 추상과 구상 – 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며 작업 속에서 통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위의 상반된 개념들은 함께 우리 삶을 구성하고 있지만, 우리가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고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반대적인 속성으로 파악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든다면 내 작업 중 중요한 모티브 가운데 하나인, 무언가가 생성하고 자라는 과정을 스톱모션으로 정지 시킨 듯한 이미지를 관객이 봤을 때 그것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를 찾을 것인지 소멸의 허무함을 읽을 것인지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또한, 내 작업의 주재료인, 세밀하게 잘라진 종이도 금방 망가져 없어질 것 같은 아슬함을 나타내지만, 나무로부터 나온 종이의 부서지기 쉬운 속성은 역설적으로 자연의 영원한 순환을 드러내기도 하므로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이중적인 속성을 반대로 바라보지 않고 하나의 연결된 원 (circle) 놓고 바라 봤을 때 삶과 환경을 더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한다. 오래된 집 안에서는 시간이 멈춰 있어 과거 속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에 빠져 있게 되다가도, 어느새 빠른 물살처럼 흐르는 시간에 휩쓸려 가고 있음을 불현듯 느끼기도 한다. 오랫동안 쌓인 시간이 만들어낸 지층을 한없이 바라보다가 갑자기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을 타고 함께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면, 나는 마치 내가 탄 배가 물결이 인도하는 대로 천천히 흘러갔다가, 섰다가, 풍랑에 휩쓸리다가, 고요한 바다 위에서 쉬다가를 반복하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드로잉 설치는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나만의 방법인데, 그 과정 안에서 축적된 시간과 그 결을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 나는 미리 그려놓은 섬세한 드로잉 속의 선들을 모두 칼로 디테일 하게 잘라서 공간 (낚싯줄 grid를 이용) 위에 층층이 겹쳐 나열하고 확장하여 한 공간을 꽉 채워 설치를 하는데, 관객들이 보는 과정 안에서 그 축적된 시간에 빠져 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압도된 순간 이후에 관객들이 작품을 더 자세히, 더 가까이, 더 천천히 살펴보기를 유도한다. 추상적인 이미지들 사이에 하나, 둘 씩 심어 놓은 친숙한 구상적 이미지들은 관객들을 조금 더 작품 안 깊숙이 관여하도록 초대하고,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관객이 인지할 수 있는 이미지를 계속 해서 찾아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곧, 결국 관객들은 완전히 추상적인 이미지들 속에서도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구상적이면서도 실재적인 이미지들을 각자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창조해 내곤 하기도 한다. 그 내용은 집, 시간, 물, 사람… 등 공간과 사람, 그리고 그 사이의 어떤 흐름들이다. 오래된 집에서는 시간을 물의 형상을 빌어 표현하려고 하고 있고, 또 과거의 것이 되고, 없어지기도 하고, 바꾸어지기도 하며, 또 보존되기도 하는 집들의 여러 모습도 조형물로 만들고 있다. 기존의 작업인 공간 속 드로잉 작업과 석고 조형물로 만든 집들, 그리고 물의 모습들은 쌓였다가 흘러가는 시간의 형상들이다. -작업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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