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
2011 오래된집
“쥐의 스트레스 실험에 따르면 쥐에게 일정량의 전류를 흘리면 어느 순간부터는 전압을 더 높히기 전에는 그다지 스트레스에 의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중략)…달은 대기도 생물도 없는, 낮에는 130도의 고열의, 또는 밤에는 영하 170도의 차가운 항성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보름달을 보고 그렇게만 생각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작가 노트중>
넘쳐나는 사물들의 세계, 각종 매스미디어와 TV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현대에서는, 사물이 우리 육체와의 실제 접촉에 의해 그 의미를 얻는 것이 아니라 단지 최소말단을 통해 얻어지는, 선험적이지 않은, 사회로부터 의미를 부여받은 기능체계 안에서의 기호로만 그 의미를 지닌다. 이제는 그것이 너무 당연해 오히려 그것이 자연으로서 다가오거나 일상화되어, 우리에게 어떠한 역치도 일으키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것이 이미 당연해진 시대에 크고 자란 나는 그 속에서 어떻게 개인성을 찾아 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생각한다. 나는 현대를 살고 있는 시각 이미지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며, 이미지의 세계, 스펙타클(spectacle) 세계의 동조자 혹은 공모자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나의 작업은 노동과정이나 물질적 생산물뿐 아니라 문화 전체, 인간관계, 성행위, 환각, 개인의 충동 등의 모든 분야에 있어 더 이상 의사체험과 실재체험의 구분이 모호해진 사회에서 작가로서의 개인은 어떠한 방식으로 개인을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연유한 일련의 결과물들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신문, 잡지, 광고, 인터넷 등의 여러 매체에서 채집된 이미지들을 그래피컬(graphical)하고 기본 도형 형태에 가깝게 단순화된 벡터(vector)라인으로 드로잉 한 후, 일정 과정을 거쳐 포마이카, 알루미늄 판 등의 산업용 재료 위에 에나멜 도료로 채색한다. 채집, 차용된 이미지들의 원본은 개인의 내밀한 욕구와 관계되거나 폭력이나 격정, 아노미 현상이 드러나는 소재들이자, 매체를 통해 단편적이고 분절적으로 접해지는 정보들이다. 실재의 폭력이 아닌 가상의 폭력, 의사 체험으로서의 성행위 등, 원본 이미지의 이러한 특수성은 그래피컬하고 균일한 두께의 드로잉으로 단순화되는 과정을 통해 익명의 형태로 브랜드(brand)화 되는 과정을 겪는다. 형태의 간략화 과정을 통해 캐릭터처럼 전이된 이미지들은 캐릭터에 내재하는 희화적 또는 중성적 속성, 보호색과도 같은 달콤한 색상, 유광의 에나멜 페인트의 질감에 의해 원본 이미지가 가지고 있던 생경함과 시각적 자극이 완충되어, 보다 중화되거나 휘발된 결과물로 드러난다. 유희적 칼라와 형태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욕망으로 작용하여 현대 사회 이미지의 은폐성을 드러낸다. 또한, 포마이카나 알루미늄 판 등 반사성이 있는 산업용 재료위에 (개인의 액션을 강하게 드러내는 표현주의적 제스츄어에 상반되는 방법으로 선택한) 붓자국 없이 얹어진 에나멜 라인은 에나멜 페인트 원래의 유동적인 특성을 거스르며 균일한 태도로 유희적 형태를 따라 그려지는데, 이러한 표면은 전통적 회화의 붓질이 보여주던 물성 강한 ‘리얼리티(reality)’와는 구별되는, ‘가상성(virtuality)’을 드러내며,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른 현대적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로 작용한다. ‘액션이 배제되었음을 강조하는 액션’을 취하는 이러한 방식 때문에, 나의 이미지는 회화와 기호사이에서 유희한다. 일종의 기호로도 보여 지는 이런 이미지들은 숨겨진 문화적 코드를 드러내는데, 나와 관객은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인코더(encorder)가 되기도 하고 디코더(decorder)가 되기도 하는 체험을 겪는다. 이는 통속적 이미지에서 연유한 기호들이 회화로 환원될 수 있는가에 대한 프리미엄의 문제이기도 하다.
(2011 작가노트 중)
박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미술학 서양화, 판화 전공, 서울, 한국
석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서울, 한국
학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서울, 한국
Solo Exhibition (Selected)
2024 《덩어리모서리 소리 Body Edge Wave》, 스텔라갤러리, 서울, 한국
2023 《LINEAR A》, 더 스토어, 서울, 한국
2021 《일렁》, 갤러리 이마주, 서울, 한국
2020 《SWAY 일렁》, 영은미술관, 광주, 한국
2019 《만질 수 없는 것들》, CICA 미술관, 김포, 한국
2018 《만질 수 없는 것들 Remade Horizon》, 파비욘드 갤러리, 서울, 한국
2016 《은빛 루머 Silver Rumor》, 금산갤러리, 서울, 한국
2013 《Blots》,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한국
2012 《Tracking-Tracing》, 갤러리 박영, 파주, 한국
2012 《False Truth》, 서울대학교 우석홀, 서울, 한국
Group Exhibition (Selected)
2024 《공명의 순간들 Ⅲ》, 두인갤러리, 서울, 한국
2023 《예술-영원한 빛》, 서울아트센터 도암미술관, 서울, 한국
2020 《영은지기-기억을 잇다》, 영은미술관, 광주, 한국
2019 《Extraño, Llano, Vacío》, 갤러리 한울, 마드리드, 스페인
2019 《한일미술교류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2018 《한일미술교류전》, 아베노 하루카스 스카이미술관, 오사카, 일본
2017 《한일현대미술동행전》, 조선일보갤러리, 서울, 한국
2017 《AKUA ART NEW YORK》, MOKAH Museum, 뉴욕, 미국
2016 《틈_under the SKIN》, 갤러리세줄, 서울, 한국
2016 《자화상》, 갤러리토스트, 서울, 한국
Residency
2020 <영은미술관 레지던시>, 영은미술관, 광주, 한국
2016 <하슬라 국제레지던시>, 하슬라 미술관, 강릉, 한국
2011-2013 <갤러리 박영 3기 입주작가>, 스튜디오 박영, 파주, 한국
2010-2011 <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 2기>, 캔 파운데이션, 서울, 한국
2009-2010 <파주 아트플랫폼 입주작가 1기>, 파주 출판문화재단, 파주, 한국
Award
2025 <아트 경기 선정>, 경기문화재단, 수원, 한국
2006 <유아트스페이스 젊은 작가 지원 공모 선정>, 유아트스페이스, 서울, 한국
(2025.5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