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주

박윤주 : Park, Yunjoo

2016. 6 – 201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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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주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설치와 비디오 작업을 하고 있다. 사물의 본질은 그뜻(사전적 의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행위(의지)의 지향성에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의 결말을 자연의 동력에 전적으로 맡긴다. 인위적인 동력을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동력(중력, 바람.물)을 빌어 방향성을 들어내고, 극작법을 통해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다.

[작가 박윤주와의 인터뷰]

이번 10월 캔에서는 캔의 해외 레지던시 베를린 ZK/U 입주작가인 박윤주를 인터뷰하였다. 박윤주는 자신의 경험을 영상과 내러티브로 온전히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이다. 박윤주 작가에게 작업의 시작점부터 예술의 중요성까지 들어보았다. 

현재 독일에서 거주하면서 독일에서 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독일에서 지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한국에서 미대를 다녔는데 그때는 회화, 판화와 섬유예술을 전공하고 심리학을 부전공하였다. 작업을 하면서 외국에서 레지던스를 몇 번 오고갔는데 단기간에 그치는 것이 아쉬워서 공공미술을 전공으로 독일에서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공공미술을 선택한 이유는 특유의 현장감 때문이다. 현대미술만이 줄 수 있는 세련된 느낌의 공공미술을 좋아한다. 반응이 현장에서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거주한지는 거의 5년이 되어간다. 독일 특유의 사색적이고 느린 그 분위기가 나와 잘 맞는다.

Going-Gone/ Installation with performance/ 막심 고르키 씨어터, 베를린, 2015

그렇다면 영상이라는 매체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공공미술을 기록하기 위해 영상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기록을 남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그것을 기록한 후에 어떻게 선보일 것이냐는 다른 문제이며 그 부분은 아직도 고민 중이다. 나의 프로젝트들을 오브제로도 전시해보고 영상으로도 전시 보았는데 영상이 가장 나의 의도를 잘 드러낼 수 있었다. 공공미술을 하는 친구들 중에는 기록을 아예 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지만 나는 작가로써 화이트큐브를 떠날 수 없다고 본다. 떠나면 살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도 기록은 중요하다.

작품에 내러티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작품에서 내러티브의 역할은 무엇인가글을 쓰는 것과 영상 작업하는 것 중 무게 중심을 더 주는 것이 있는가?

A 나는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내가 겪거나 주변에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일종의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이를 대화 혹은 독백으로 풀어낸다. 그러나 둘 중 하나에 특별히 무게를 주고 있는 것은 없다. 무게중심은 작업마다 다르다. 성격상 무언가를 친절하게 설명하려는 성향이 있다. 처음에는 기본적으로 비디오로 찍고 이를 설명하려는 버릇이 있어서 내러티브를 넣게 된다. 미학적인 작업을 가장 잘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언어라고 생각한다. 다만 행위의 미학적인 가치와 무언가를 설명하려고하는 내러티브의 관계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2채널 비디오인 <Black to Blue> 같은 경우에는 영상과 내러티브 두 개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이는 부켄발트라는 유대인 학살캠프의 장소특정적인 작업이다. 막상 그 장소를 가보니 허허벌판이고 대문 하나만 있었다. 그나마 있던 명패도 프로젝트 당시 눈에 가려져서 볼 수가 없었다. 이 장소에 대한 작업으로 끝나버린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지나간 사람들이 나에게 놓고 간 물질들을 하늘로 던지지만 이것이 중력에 의해서 떨어지면서 생기는 운동성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 운동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내러티브가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었다.

형상적인 비극/ Single channel video 03′ 55″, installation/ 2013-15

공공미술은 주로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참여시키기도 한다그런데 작품을 보면 주로 사물을 소재로 삼고 사물의 방향성에 주목한다여러 사물을 소재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사물을 소재로 삼는 것은 공공미술의 맥락보다는 개인적인 것이다. 나는 물건이 가방 2개를 벗어나면 안 되는 습관이 있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게 될 때는 나중에 물건들을 다 나누어준다. 우리는 너무 많은 물건들을 쉽게 사고 버린다. 요즘에는 물건의 효용성에 기능 뿐 아니라 유행과 취향이 반영되기도 한다. 시선만 의식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개인적인 추억과 역사가 담긴 소중한 물건 몇 개만 추려서 내 몸에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사물을 소재로 삼는 것은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의미에서 나온 것 같다.

Q <Watermelon Weight>, <15h> 모두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것이 눈에 띈다캐리어를 자주 사용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거시적인 이유는 없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내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미술 작가로써 시각 이미지를 구현해야하기 때문에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내가 지니고 있는 것들로만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Watermelon Weight> 같은 경우 운동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상적이면서도 시각적으로 충격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나에게 가진 것이 캐리어 밖에 없었고 이 프로젝트를 하는 김에 가져다 버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사용하게 되었다.(웃음)

Watermelon Weight/ Performance installation/ Dresden, 2016 – 전시 설치영상에서 부분 촬영

작업을 하면서 중시 여기는 지점이 있는가?

A 작업을 하면서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자주 고민한다. 내가 얼마나 용감한 지에 관해서도 고민한다. 글도 작업도 필연적으로 꾸미는 것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그러나 솔직해지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지금은 많이 나아지고 있다. 잘 세팅되고 멋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언제든지 그만두어도 후회가 없을 각오로 솔직하게 내 삶을 작업에 그대로 담아내고자 한다.

얘기를 나누다보면 작가의 삶이 예술에 잘 드러나는 것 같다거시적인 질문이 될 수 있지만 예술이 왜 중요한가우리 삶과는 어떠한 관계인가?

A 어디에서 들은 말인데 과학과 수학 같은 것들은 삶의 생존하는데 필수적인 반면에 예술과 철학, 종교는 삶의 방향이다. 이 말은 예술이 삶의 목적 자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삶이 가치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내가 누군지를 알아야한다. 그런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다보면 나를 돌아보고 사색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시간과 사유의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예술은 삶의 궁극에서 나의 가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글. 큐레이터 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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