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욱

고재욱 : Koh, JaeWook

2017.01 – 2017.12

나는 내가 현재 한국에 살면서 겪고 있는 이상한 일들을 작업화 하고 있다.

나를 포함한 현재 한국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립감과 관심받고 싶어하는 감정을 체험할 수 있는 노래방 프로젝트인 <DIE FOR>. 대도시에서 더 이상 공간을 소유하기 어려운 젊은 세대의 연인들에게 공간을 대여해주는 <RENTABLE ROOM> 프로젝트. 타인의 관계 속으로 자신의 사진을 보내 이미지로나마 기억되고 싶어하는 심리를 드러낸 프로젝트 <On Your Mark> 프로젝트, 동시대 연인들이 생산해낸 물건들과 그 물건들을 통한 젊은이들의 외로움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던 <NEVER LET ME GO>등을 통해, 동시대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재 이 세대를 삼포, 오포, N포세대라 칭하며 자발적인 포기자들인 것처럼 회자하고 있지만, 사실 이 세대는 포기한 세대가 아닌,포기하기를 강요 받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좋은 직업을 구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불안정한 임대방식으로 세를 들어 살면서, 정신적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 세대를 나는 ‘정신난민’이라고 부르고 있다. 좀더 나은 삶을 찾아 노력하지만 스스로 고립되는 것을 ‘자립’이라고 강요 받는 정신적 난민들. 한국의 ‘정신난민’들의 문제는 세대 갈등, 갑을문제, 계층 갈등 등으로 프레임 지어지고 있고,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한 개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저항은 어떤 것이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해결하려는 의지의 씨앗을 던질 수 있을까. 그것이 내가 고민하는 지점들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것이 유쾌한 방식이었으면 좋겠다. 예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장기는, 결국 비틀고 희화화시키고 진지한 척 하는 것이니까.

– 작가노트 중에서 –

[작가 고재욱과의 인터뷰]

명륜동 2017 입주작가 <고재욱 고립된 청춘정신난민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이번 2월 캔에서는 2017년도 명륜동 입주 작가 고재욱을 인터뷰하였다. 고재욱(83년생, 홍익대학교 회화 전공)은 회화, 퍼포먼스, 영상 작업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면서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이다. 작가의 이전 작품, 큐브 안에서 노래방 기계로 노래를 부르는 퍼포먼스 작업인 <Die for-you can sing but you can not>(2013), 연인들에게 방을 빌려주는 <RENTABLE ROOM> 프로젝트(2014) 등은 모두 작가가 일상 속에서 경험한 관계의 측면들을 파고드는 작업들이며, 이는 주로 관객이 직접 참여해 완성된다. 

(사진 1. 작업실에서 인터뷰하는 고재욱 작가)           

Q. 관객의 참여를 중시 여기게 된 계기는?

A. “제가 작품을 만들면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남기고 갑니다. 그렇게 작업하는 이유는 제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경험하는 작업을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Q.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A. “누군가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그 이야기를 다른 형태로 남기는 것을 촉각적인 경험이라고 봅니다. 지금 우리 사회 내에서는 촉각적 경험이 줄어드는데 저는 이게 정신난민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된다고 봐요. 정신난민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에요. 떠돌아다니면서 정신적 외로움을 겪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없는 고립된 청춘들인 거죠. 실제로 제 주변에도 많이 봤고 직접 지인들에게 들은 많은 이야기들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관계와 소통이 단절된 정신난민과 촉각적 경험이 가능한 작업을 구상 중입니다.”

(사진 2. Die for, 2016, 혼합매체, 185x185x185cm 3set)

Q. 노래방 작업을 시작한 2013년과 현재 달라진 것은?

A. “노래방 작업을 시작한 2013년부터 현재까지를 되돌아보면 안의 이야기에서 밖의 이야기로 확장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초기 작업인 <KARAOKE BOX>(2013)에서는 저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반면 MMCA 서울관에서 진행했던 노래방 작업은 관객들이 직접 안으로 들어가 노래를 부를 수 있었어요. 놀랍게도 정말 많은 분들께서 참여하시더라고요. (웃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저는 은유적인 발언처럼 여겨졌어요. 그러니까 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동시에 들려주는 방식으로 점점 확장시켜나가고 있는 거죠.”

Q. 명륜동 작업실에서 지내시면서 구상 중인 프로젝트는?

A. “지금 크게 두 가지의 계획을 구상 중입니다. 하나는 2012년 30명의 미대 졸업생들을 5년 뒤인 2017년 현재에 추적하는 작업이에요. 2012년 당시에 저는 또래 작가들의 작업이 궁금해서 미대 졸업생 30명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나누고 작업실 사진을 찍었어요. 그 생각과 근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아보고 그 변화를 추적하면 지금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또 다른 작업은 이전 작업에도 사용되었던 이동식 큐브의 형태에 바텐더를 초대하는 것이에요. 바텐더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 직업 중 하나라고 하더라고요. 바텐더의 그런 직업 특성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참여시켜 이야기를 수집하는 작업을 구상 중입니다.”

Q. 작가는 예술을 하는 이유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예술의 힘’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A. “예술은 타인의 마음에 스며들어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 1000명 중 10명을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 작품을 보러 온 50명의 관객 중 30명에게 저의 의도를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조적이기 쉬운 우리 세대들 사이에서 저는 계속해서 그 예술의 힘을 믿고 싶습니다. 그 힘에 따라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관계를 맺어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고재욱 작가가 앞으로 누구의 이야기를 어떻게 더 들려줄 지 기대가 된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캔파운데이션 박유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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