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캔 파운데이션은 2009년부터 성북동의 두 채의 낡은 가옥을 작가의 레지던시와 전시공간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매년 공모와 기획을 통해 오래된 집과 함께 호흡하며 오래된 집에 스며있는 시간의 흔적과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풀어 나갈 참여작가를 선정해 왔다.

이번 10월에 열리는 <미래의 기억>은 뉴욕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홍범의 개인전이다. 오래된 집을 배경으로 기억과 그와 연관된 감정을 비디오나 설치작업을 통해 표상시키는 이번 전시는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공간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기억과 구석구석의 예상치 못했던 흔적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고 재정립하는 과정의 신비스러움과 내면의 내밀한 반응을 드러낸다.

-홍범 개인전: 미래의 기억-

수년 동안 공간에서 파생된 기억, 경험, 감정 등을 표상시키는 작업을 해 왔기에 오래된 집은 나의 작업에서 또 하나의 실험적인 공간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전의 부암동 폐가나 보안여관과는 또 다른 성격을 가진 오래된 집은 집이라는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나는 오래된 집에 머물며 ‘이 집에 살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내 어릴 적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첫날밤, 그 생경함이 떠올랐다. 가져온 짐들 속 어딘가에서 대기하고 (이사를 하고 보면 항상 엉뚱한 곳에) 있는 익숙한 물건들 그리고 낮고 작게 들리는 알 수 없는 소리들, 언제인지 알 수 없게 잠들었다가 새벽에 깨어나서 바라본 어스름한 어둠에 잠긴 낯선 장소. 밖에서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로 인해 생기는 빛의 잔상을 보면서 다시 잠이 들었던 그 밤. 낯선 공간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교차하며, 구석구석 살펴보다 예상치 못했던 흔적을 발견하며 새로운 집에 축적되어 있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추적해 보았던 기억이 났다. 

그런 경험들은, 사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날선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교감이라는 마음의 상태가 오랜 시간 그 공간과 같이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라면, 새로운 공간을 만난 첫날의 인상은 마치 낯선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기 직전, 전적으로 관찰과, 예감 그리고 추측으로 이루어지는 인상을 가지는 시간과 같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나이가 든 지금까지 몇 번이고 경험해온 그 낯선 공간에서의 경험은 익숙하지만, 항상 생경하다. 익숙하지 않는 공간에서의 시간은 수없이 많은 기억들과 추측, 그리고 환상을 키운다. 이번에 전시할 오래된 집이라는 공간은 익숙지 못한 오래된 공간에 이사 오게 된 첫날을 떠올리게 하면서, 공간과 새롭게 알아가는, 그리고 내 공간을 만들어가는 그 시간을 다룰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새로운 집에 이사 왔던 날의 수많은 이질적인 느낌과 생각들은 바로 그 자체가 이제 하나의 기억이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면서 낯선 공간을 익숙한 자기의 공간으로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이 전시될 작업의 시작점이었다. 본 전시에 선보일 작업에서는 이전에 살아왔던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고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졌던 바로 그 첫날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 과정의 신비스러움과 내면의 내밀한 반응들이 이번 전시에서의 주요 화두이다.

전시제목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미래의 기억’이라 정했다. 미래라는 다가오는 시간과 미래에서 만나는 공간은 개인이 가진 과거의 기억과 그 개인의 사유를 거쳐 받아들여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따라서 본 전시는 새롭게 받아들이는 공간에, 온전히 갖고 있는 기억과 경험, 그리고 개인적인 상상이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개입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홍범 작가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