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System’이란 ‘필요한 기능을 실현하기 위하여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로, 투입(input) – 전환(process) – 산출(output)의 과정으로 정의된다. 전시의 제목인‘작업 시스템 Art Work System’은 창작의 대상이 되는 투입물을 작가 스스로 구조화한 자신만의 공식에 따라 시각 언어로 변환해 예술작품을 산출해내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이다희와 이아름은 각기 다른 것을 창작의 대상으로 삼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견고한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시스템의 정립은 삶과 예술이 종이의 앞뒷면처럼 맞닿아 있는 두 사람이 자신의 언어를 확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산출된 이미지는 그들 자신의 감각과 사유를 표현하기 위한 최소 단위이자 수용자와의 약속인 셈이다. 두 사람이 흘린 작은 단서는 제법 두꺼운 흐름으로 만나 너와 나의 언어가 접점을 이루는 곳에 당도할 것이다. 예술과 생(生)이 대응하는 바로 그 점을 마주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전시는 ‘작품을 어떻게 만드는지’와 같은 물질적 제작 과정이 아닌, 작가의 사고 체제 내에서 성립되는 논리적 흐름에 기인한 ‘사유적 과정’을 시각화하고자 한다. 첫 번째 공간인 아카이빙 섹션에는 이다희와 이아름이 다년간에 걸쳐 축적한 드로잉과 자료 약 300 여장이 전시된다. 음악 노트, 작가의 글, 책의 인용구, 사진과 같은 자료는 창작 대상을 연구한 흔적으로,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작업 공식을 도출하는 기반이 된다. 두 사람은 연구와 분석으로 대상의 질서를 찾아 거듭 해체하고 재조립한다. 드로잉에는 이러한 투입과 전환의 과정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두 번째 공간인 프로덕션 섹션에서는 수많은 드로잉이 각각의 결과물로 종합되어 나타난다. 개별 작품에는 작업 공식을 통해 만든 새로운 질서가 모두 응축되어 있다. 응축의 정도는 매우 조밀하고 끈끈하여 높은 밀도를 자랑함으로 단번에 파악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조밀함을 하나씩 풀다 보면 두 사람이 정립하고자 한 시스템과 세계관이 기존의 세계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창조되었는지 알 수 있다. 두 공간은 이다희와 이아름의 접점이 물리적으로 구현된 《작품목록 서지함》을 통해 연결된다. 작품목록 서지함은 과거 도서관에서 자료검색을 위해 사용하던 카드목록함(Card Catalog Cabinet)에서 착안한 것으로, 이번 전시에 공개된 모든 작품 정보를 담고 있다. 제목과 주제, 제작 날짜에 따라 식별 번호가 부여된 드로잉은 목록화되어 서지함에 축적되고, 시스템 구축을 위한 또 다른 자료가 된다.  

작업 시스템은 완성됨 없이 수정과 보완을 거듭한다. 이러한 유기적인 변화는 새로움을 받아들일 틈을 만들어 세계관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그 ‘새로움’이 두 사람이 마주하게 될 또 다른 대상일지, 질서일지, 혹은 변화한 스스로일지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의 세계는 오늘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세계와 맞닿을 것이다. 이제, 이들의 삶의 언어가 우리의 예술 언어로 자리매김할 시간이다. 종이의 앞뒷면을 떠올린다.

김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