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은다는 것은 생명을 지닌 모든 것들의 기본적인 욕구이다.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 인간은 수집한다. 정보를 기록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이나 추억거리, 기념할 만한 것들을 수집 보관하기도 한다. 수집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들이 아주 희귀하거나 호기심을 유발하는 오브제 등을 모으는 행위’ 이다. 무엇인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물건을 수집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고 있는 역사적 유물들은 객관적인 방식으로 세상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던 것이 르네상스 시대에 오자 ‘분더카머 Wunderkammer (Cabinets of curiosities)’, 즉 ‘호기심의 방’이라는 개념으로 형성된 공간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당시 수집이란 개념은 대우주를 소우주로 질서화하는 행위를 의미했으며 모은 대상물들을 시각적 유사성에 따라 분류해 늘어 놓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전시 패턴화의 역사가 결국 박물관 전시의 시초가 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오브제의 수집행위는 예술가들의 작품 제작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시작했다. 자신의 수집행위를 통해 자신의 창작과정에 엄청난 영감을 끌어 내는 작품 제작 방식, 그것은 현대미술로 이어지면서 레디메이드 개념을 만들어 낸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작업으로 나타나면서 일반화 되기 시작했다. 오브제에 대한 예술가들의 수집벽은 처음엔 일반적인 호기심으로 시작되다가 작품 제작과정에 오브제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오브제는 창작개념으로 확장되었다. 바로 수집과 수집품은 작가의 중요한 자기표현이자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므로 작가의 수집행위와 수집품은 그 사람의 삶의 행적이 그려있는 지도를 보는 것이나 진배없다. 수집품 속에는 그것의 역사와 환경이 고스라니 담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수집한 사람의 관심을 통해 수집 주체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렇듯 한 사람이 모으는 수집품은 그것이 담고 있는 역사의 사실이나 과학의 현실보다 그것들을 수집하는 사람에 관해 더 많은 얘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오브제의 쓰임새나 기술적인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그것들을 수집한 사람의 의도가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 작가들은 전문적이고 사적인 이유로 수집에 몰입해 왔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탐구했던 작가들이 이러한 사례를 보여줘 왔다. 

현대미술 대표적인 작가 피카소Pablo Picasso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아프리카 예술을 수집해왔고 또 마티스Henri Matisse는 이국적인 직물과 가구 수집에 몰입했었다. 이들보다 더 집착적으로 수집벽을 지닌 인물이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이다. 그는 자신의 수집품을 ‘머더미murderme’라는 명제를 붙여 전시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젊은 시절 병리학 책을 수집하면서 병리학 이미지 자체에 매료되었고 그러한 내용들이 지금의 작업들과 연결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수집된 오브제들은 그들만의 역사성을 통해 예술가의 호기심과 관심의 영역이 되어 왔고 심미적 영감을 불러 일으키거나 표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다. 

캔파운데이션은 오래된 집을 재개관하면서 첫 전시로 예술가들의 수집개념을 다루어 보는 전시를 열고자 한다. 80여년 된 오래된 집이 갖는 시간성과 역사성이 현재 전시공간으로, 레지던시로 변화되어 왔다. 이 공간 속에 축적된 작가들의 흔적과 집이 기억하고 있는 공간성이 리노베이트되어, 존재해왔던 건축 요소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말하자면 오래된 집 공간 속에 남아 있던 오래된 추억과 기억의 편린들, 대들보와 서까래 그리고 기둥, 오래된 건축 부제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역사성, 그것을 지닌 오브제들, 이런 요소들이 작가 작업과 상호작용하게 될 것이다.

수집은 인간에게 자아를 찾는 행위이며 특히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고 자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전시는 이런 내용으로 작업에 몰두해온 고재욱, 이완, 정승 작가들이 모아왔던 오브제와 작품 사이의 관계, 수집에서 보여지는 개인적 습관과 태도, 작업 몰입 과정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통해 미학적, 심리적 이야기를 해석해보고 예술가들의 영감과 작업으로 연결되는 동기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집과 예술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성희 (캔파운데이션 이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고재욱

고재욱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고양 미술창작스튜디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다양한 레지던시 경험을 거쳐,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약 30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송은아트스페이스 《SUMMER LOVE》,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예기치않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별헤는 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MMCA 페스티벌 :광장·숲》 등이 있다. 개인전으로는 2013년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진행한 《NEVER LET ME GO》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인사미술공간에서 선보인 《ARTLABOR》등이 있다.
고재욱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직접 겪었던,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들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

이완

이완은 동국대학교 조소과를 전공하고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결합하여 표현한다. 제1회 삼성미술관 리움 아트스펙트럼 작가상 수상 작가로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대표작가로 참여하였다. 이밖에도 국립현대미술관, 아트 스페이스 풀, 토탈미술관 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일상에 흔히 보이는 물건에서 보이지 않는 시장의 거대 시스템과 물건 각각의 개별성을 감지하는 이완은 채집한 물건들의 절대 평균 무게에 맞추어 다시 해체하여 작품으로 재구성한다.

정승

정승은 2006년 프랑스 파리 세르지국립미술학교( ENSAPC)에서 학업(학사 및 석사)을 마치고 귀국 후 현재까지 서울에서 설치, 미디어조각 및 인터랙티브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작업들의 큰 주제는 기계적 사상에 길들여져 있는 현대인들의 단면들을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개관기념 야외조각 프로젝트를 비롯해 Korea-NRW Transfer(KunstmuseumBonn 독일), Plastic Garden(East gallery,베이징),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 Creators in lab, 다빈치 크리에이티브(서울문화재단 주최) 등을 통해서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여 왔으며, 2017년 8월에 대만의 타이페이시 소재 AKI 갤러리를 시작으로 서울 소재 아마도예술공간 에서의 개인전, 금천예술공장에서의 다빈치크리에이티브 2019에서 센서와 3D프린팅을 이용한 뉴미디어 신작들을 통해서 생명과 정보 그리고 물질의 디지털화와 관련된 새로운 실험들을 이어가고 있다. 이 후에도 2020년 파리 한국문화원에서의 개인전을 통해서 과학과 공학 그리고 미술과의 협업에 의해 완성되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