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tears

오늘날 우리는 이전과 달라진 이 시대의 예술과 삶의 연관성을 ‘일상의 미학’이라는 주제를 통해 풀어가고 있다. 과거의 ‘고급 예술’이 가지고 있던 권위와 위상이 무너지면서부터 ‘일상’에 대한 관심과 철학적 사유가 시작되었으며, 예술의 영역은 일상의 범위로 확대 되었다. 다시 말해, 고급예술로부터 예술의 생산, 수용방식의 변화와 함께 ‘일상 및 일상생활의 미학’이라는 주제가 부상하면서, 예술가와 대중들은 더 이상 어렵지 않은 예술의 시대, 양자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예술의 공감 시대”를 함께 개척하게 되었다. 김을의 작품은 일상으로부터 시작된다. 2002년부터 시작한 4,000여 점의 드로잉 프로젝트는 그의 일상과 주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특정한 주제나 목적 없이 세상의 ‘모든 것’을 그려내는 이 작업은 ‘나’를 시작으로 ‘나의 주변’ 그리고 그것을 포함한 ‘사회’ 그리고 그 사회가 만들어 내는’문화’ 그리고 그것을 받아드리는 ‘나’, 이런 형식의 순환적 작용을 포함하고 있다. 곧, 작가가 그려내는 ‘모든 것’이란 가장 개인적인 관점인 동시에 범 우주적 사유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과 우주, 인간과 사물, 이성과 감성을 포함한 모든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본다면, 드로잉은 모든 미술장르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모든 것’을 꾸밈없이 담아낼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매체 수단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이는 김 을의 드로잉을 ‘미술의 날 것’ 이라 표현하였는데, 비어 있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길들여 지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들로의 전환이 가능한 것이었다. 

이번 전시 <눈물>에서 소개되는 ‘눈물’과 ‘정액(精液)’이라는 소재는 작가의 오랜 드로잉 프로젝트의 마지막 소재이자 지금까지 다루어 왔던 수많은 사물과 의식을 포함하는 결론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눈물’과 ‘정액’은 인간의 물질적 생산물인 동시에 정신적 소산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매우 사적인 소유물인 동시에 가장 객관적인 환유어(換喩語)이기도 하다. ‘눈물’을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그리움과 외로움과 같은 감성의 함축으로, ‘정액’을 생명과 탄생, 소통과 교류, 순환과 흐름을 나타내는 물리적 결정으로 본다면, 이는 작가가 끊임없이 질문하는 ‘본질성’에 대한 탐구의 결과이며, ‘생명’과 ‘근원’에 대한 일말의 해답과 같은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특히,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작가가 북경 헤이차오 지역에서 3개월간 머물면서 진행한 작업으로, <눈물>의 중국버전 즈음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작가는 북경에서 체류하면서 수집한 ‘현대 중국의 산물’들을 소재로 삼거나 재료로 사용하여, 그의 일상적 경험과 감정을 <눈물>작업의 연장선으로 이어 나갔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고 전통문화와 서구문화가 혼재한 중국의 현실과 같이, 그의 작품에는 위대한 사상 과 가벼운 유희가 함께 공존하며, 절대성과 가변성이 평행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낯설고 이질적인 타국의 풍경도, 작가의 ‘본질에 대한 탐구’의 여정으로 이해 한다면 그가 제시하는 ‘눈물’의 의미를 보다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흔적, 그것을 통해 ‘자신으로 돌아가기’에 우리는 공감하며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